황윤제 LG전자 기술고문
제품 개발에 디지털기술 활용
성능 검증과정 시간·비용 감소
문제 생기면 바로 수정도 가능
경영진 디지털화 의지 있어야
기업 전반 생산효율성 높아져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우리 기업과 달리 디지털 기반이 없이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는 중국 업체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우리를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콘퍼런스 코리아 2025'에서 만난 황윤제 LG전자 기술고문은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가 기업의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황 고문은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디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과 MBSE를 활용한 LG전자의 가상 설계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버추얼 트윈은 실제 제품이나 시스템의 디지털 쌍둥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설계, 테스트, 유지보수 등을 디지털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령 에어컨의 성능을 실물 없이 컴퓨터로 미리 검증해보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MBSE는 모델 기반 시스템 공학으로 전통적인 문서 중심 설계 대신 디지털 모델을 중심으로 제품의 요구 사항, 설계, 분석, 검증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황 고문은 "MBSE를 활용해 디지털 모델을 만들면 실물 모형에 덜 의존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 실험을 하려면 다수 인력이 투입돼 설비를 가동하고 이를 분석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기존 실험에서 실물 모형을 다섯 번 만들었다면, 디지털 모형을 도입해 이를 두 번 정도로 줄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고문은 '디지털 실'이란 표현을 예로 들며 전사적으로 디지털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제품 개발은 콘셉트 개발부터 제조, 출하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디자인 등 수정 사항이 생기면 다시 해당 공정으로 제품을 돌려보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한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를 디지털화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황 고문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며 "즉 유관 부서들이 디지털 기술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을 디지털 실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특히 냉장고나 세탁기 등 백색가전은 LG전자가 디지털 기술을 빨리 도입한 편인데, 경영진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며 "실무진에선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실제 기술을 도입한 후 만족도가 높았다"고 현장 반응을 전했다.
그는 특히 다쏘시스템과의 협업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고문은 "실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적용하다 보면 실무에서 막히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개발자로서 솔루션사에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 고문은 버추얼 트윈과 MBSE 기술이 다방면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측했다. 황 고문은 "기업이 이런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가 기업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사업가치 전 영역에 도입된다면 (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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