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웹툰 종주국 '20년'] ② 2005년 네이버웹툰 합류로 '웹툰'의 르네상스 개막
[편집자주] 한국의 원조 콘텐츠 '웹툰' 산업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웹툰은 웹+카툰을 더한말로 해외에선 웹코믹스라 불린다. 웹툰의 인기는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K콘텐츠의 핵심 IP로 떠올랐다. 한류 바탕이 된 웹툰 생태계를 돌아본다.
국내 웹툰산업 규모/그래픽=윤선정
대한민국은 웹툰 종주국이다. 빠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전에 없던 콘텐츠 '웹툰'을 만들어냈다. 웹툰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로 긴 형태의 디지털 만화로, 한국 고유의 장르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웹툰산업 매출액 규모는 2조1890억원으로 첫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매년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위상도 높다. 지난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끈 K드라마, 영화의 절반 이상이 웹툰 원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이 모두 웹툰 원작이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웹툰'을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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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망 개설과 함께 웹툰 개화…단어, 누가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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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역사/그래픽=김지영
웹툰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0년대 만화책, 스포츠신문 등 출판물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가로 형태의 만화를 2000년대 초반 세로형으로 바꿔 온라인·모바일에서 유통한 것이 시작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개설과 함께 라이코스, 야후, 다음, 파란, 네이버 등 검색 플랫폼이 앞다퉈 온라인 상에 만화를 연재했다.
조석(네이버), 강풀(다음)로 대표되는 젊은 창작자들이 출판 만화에서 찾기 힘든 B급 감성 콘텐츠로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웹툰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버스나,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 안에서도 손가락 하나면 쉽게 읽을 수 있어 청소년이 아닌 모든 남녀노소를 만화 읽기의 주체로 끌어냈다. 출판 만화의 몰락과 함께 사장되는 듯했던 한국 만화도 웹툰 덕에 새 생명을 얻었다.
웹툰은 인터넷(Web)과 만화(Cartoon)라는 단어를 조합한 말이다. 어원은 불분명하다. 2000년, 천리안이 먼저 웹툰 코너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만화방송사이트에서 1999년 먼저 사용했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 웹툰 플랫폼 양대 산맥은 카카오(다음)와 네이버웹툰이다. 다음 만화속 세상이 2003년 세로 스크롤 형태의 디지털 만화를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2005년 네이버웹툰이 합류하면서 한국 웹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웹툰은 가장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 '웹툰'이라는 단어가 한국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도록 이끌었고, 국내에선 요일제 웹툰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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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일본어·영어 서비스로 '웹툰' 세계화 기여…지난해 나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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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만화 시장에서 앞서갔던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도 디지털 만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만화책 사진을 찍어 웹에 올린 수준으로 조악했다. 그 틈새를 네이버웹툰이 잘 파고들었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일본어와 영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2016년 웹툰 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를 미국에 설립, 한국의 웹툰 종주국 입지를 다졌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만화책 스캔본인 '웹 코믹스'와 다른, 세로 스크롤 형태의 '웹툰'이 한국 고유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본 '망가'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는 'K웹툰'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웹툰 자체가 한국 고유의 디지털 만화 콘텐츠를 의미하기 때문에 'K' 수식어가 붙을 필요가 없다. 한국 대중가요는 'K팝'이지만 미국은 그냥 '팝'인 것과 같다.
네이버웹툰은 이어 2021년 글로벌 IP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왓패드'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웹툰 엔터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여신강림',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 다양한 웹툰의 드라마화와 해외 공략에 힘썼다.
다음은 2003년 '만화 속 세상'을 론칭해 네이버웹툰보다 빨랐다. 다만 당시에는 웹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웹툰'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 2015년 '다음웹툰'으로 브랜드를 통일했다. 현재는 카카오웹툰이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에서는 카카오웹툰(옛 다음 만화 속 세상)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일본에는 카카오 픽코마, 북미에는 웹소설 기업 래디쉬 미디어와 합병한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동남아는 지역별로 개별 플랫폼이 있다. '무빙', '경이로운 소문', '사내맞선' 등이 글로벌 OTT에서 드라마화됐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미국서 큰 인기를 누렸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만화의 모바일화는 일본도 했는데 세로 스크롤 방식은 한국이 최초"라며 "이제는 일본이 한국을 따라 해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만화를 연재하고 '기다리면 무료' 등 비즈니스 모델도 따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웹툰의 세계화를 위해 네이버웹툰의 해외 아마추어 작가 등용문 '캔버스'처럼 현지 IP(지식재산권)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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