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평가 참고 기준체계 확립

박수동 전기연 책임연구원팀이 열전발전 파워 모듈을 실증 및 평가하고 있다. 전기연 제공

국내 연구팀이 '열전발전' 성능을 평가하는 데 참고할 기준 체계를 확립했다. 열전발전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이나 반도체 접점 사이에서 생기는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로 만드는 기술이다. 열전발전을 산업화할 수 있는 큰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은 박수동 전기연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이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울대, 에코피아, 정관과 함께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 기업이 열전발전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준 체계를 확립했다고 9일 밝혔다. 관련 연구개발과 설계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 실증 인프라까지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열전발전 성능의 ‘가늠자’ 역할을 할 기준 반도체 물질과 소자를 개발했다. AI에 전 세계의 관련 논문과 기술 브로셔 등 1만3000여 개의 출판물을 학습시켜 가장 많이 사용된 열전 반도체의 조성을 파악하고 이들의 평균적인 성능과 규격을 도출했다. 온도, 제조 방식 등 각종 대내외 환경 조건에도 영향을 적게 받는 성질까지 분석해 산업적 척도가 될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을 개발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해 자체 개발·보유한 열전발전 소자들의 성능을 비교·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기업이 열전발전 연구개발, 설계, 제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만들어 수요기업에 공개했다. 데이터에는 △환경 특성(습기, 진동, 소금기 영향에 대한 특성) △전기적 특성 △기계적 특성 △소자 수명 예측 △열전 반도체 물성 정보 △계면 열전도도 측정 및 이론 정보 △성능 분석 평가 장비 정보 등 많은 내용이 담겼다. 

연구팀은 기업이 개발한 킬로와트(kW)급 열전발전 파워 모듈을 실증 및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산업 현장 조건과 유사하게 250~300도의 고온 가스가 다양한 속도로 뿜어져 나오도록 만들어 열전발전 모듈의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세계 유일의 인프라다. 

전기연은 이러한 모든 과정과 측정·평가 노하우가 담긴 기록 절차서를 만들어 기업에 무상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열전 반도체 및 소자에 따라 출력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웹사이트(https://jaywan-chung.github.io/teg-sim-lite)까지 구축해 무료로 오픈했다. 

박 연구원은 “열전발전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기준점, 데이터, 실증 인프라까지 원스톱으로 체계를 구축한 사례다”며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친환경 열전발전 기술의 체감도를 높여 범국가적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팀은 산업부의 지원 아래 세계 최대 규모의 ‘열전발전 시스템 개발 및 실증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이번 연구 성과를 비롯해 ‘열전발전 소자 대량생산 공정 개발’, ‘선박·산업용 열전발전시스템 개발’이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에는 열전발전의 적용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팀은 전류를 흘려 열을 빼내는 일명 ‘열전 냉각’ 기술 분야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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