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불황에 뜨는 시장, NPL] ①무담보 NPL 거래 '쑥'…2022년 대출에서 부실 커
대부업체들이 해왔던 무담보 부실채권(NPL) 유동화 시장에 자산운용사들이 뛰어들었다. 불경기에 연체채권이 쏟아지면서 NPL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NPL은 싼 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본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펀드를 만들어 유동화하고 그에 따른 투자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불경기로 부동산 투자가 어렵고 각종 규제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기 어려운 자산운용사가 주목할만한 먹거리다.
8일 머니투데이가 집계한 최근 3개월(3월 1일~5월 31일) 금융사들의 자산유동화 양도등록 현황에 따르면 무담보 NPL은 총 3697억2000만원어치(33건) 양도거래됐다. 채권은 총 4만5210개, 차주수는 3만8378명이다. 차주 1명당 채무 1.2개를 갖고 있다.
무담보 NPL은 연체된 신용대출채권이나 개인회생채권이 많이 거래된다. 개인 채권이라 규모가 적어 부실난 채권을 모아 유동화전문회사에 일괄 매각한다. 지난 3개월 간 무담보 NPL 매각에 나선 업체는 인터넷전문은행(토스뱅크, 케이뱅크 등)과 저축은행(SBI, 대신, BNK, JT친애, HB, DB, 예가람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우리금융캐피탈) 등이다.
건별 양도금액은 우리카드가 717억원8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404억2000만원), SBI저축은행(363억4000만원), 토스뱅크(317억원), 우리금융캐피탈(251억9000만원), 한국투자저축은행(239억9000만원), JT친애저축은행(187억9000만원), 케이뱅크(124억2000만원), 페퍼저축은행(104억5000만원) 등이다.
대출실행 연도를 기재한 15건의 양도등록서를 살펴보면, 13건이 2022년에 내준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시점에 원리금을 갚지못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이다. 예를 들어 DB저축은행은 지난 4월 7일 내놓은 9억8000만원 물량 중 67.17%가 2022년 대출을 실행했다. 동원제일저축은행은 같은 달 8일 시장에 내놓은 14억4000만원어치 채권 중 62.28%를 2022년에 빌려줬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2023년 3월 1일~5월 31일)에는 양도 등록한 무담보 NPL이 없었다. 유독 올해 무담보 NPL 거래가 급격히 활발해진 것은 실물경기가 침체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버티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무담보 NPL은 매 분기 말 거래돼왔다. 부실 난 신용대출은 보통 대부업체에 매각됐다. 담보물이 없어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지 않아도 돼 대부업체가 진입하기 쉬웠다.
무담보 NPL을 매입하면 일정 수익이 난다. 업체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받은 채권을 매입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기간은 대개 10년으로, 채무자들이 상환 일정에 따라 돈을 갚으면 채권자에게 수익이 발생한다. 채권을 비싼 값에 되팔거나, 기간 내 재구조화해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선순위, 후순위, 에쿼티(equity·순자산) 투자 등 순위별로 구조를 짜서 자금을 융통한다. 선순위는 4%, 후순위는 5~6%, 에쿼티는 10%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펀드를 만들어 투자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무담보 NPL을 직접 사들이거나 재구조화해 수익을 내고 있다. 기대 수익률은 IMF시절 정도로 보수적으로 책정해 리스크 관리하고 있다. 모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수익이 0이 될 수도 있어서다.
신한자산운용,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아이파트너스자산운용,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등이 무담보 NPL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 보통 후순위에 투자하지만, 신한자산운용과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선순위를 비롯해 고위험인 에쿼티 투자도 했다.
김경렬 기자 iam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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