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폄훼 게임, 국내에선 차단했지만 해외에선 아직 유통
해외선 반유대주의 게임도 극성…"외교와 여론 형성 병행해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광주 런닝맨' 게임 화면. 현재는 국내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5·18기념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이 혐오 표현을 담은 게임을 유통해 도마 위에 올랐다. 각국 정부가 게임의 자국 접속은 차단할 수 있지만, 플랫폼 자체에서 강제로 삭제하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혐오 표현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경덕 교수는 이달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해 논란"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가 문제 삼은 게임은 스팀에서 유통 중인 '광주 런닝맨'이다. 이는 기업이 아닌 개인이 만든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다.
'광주 런닝맨'은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들을 흉악범과 폭력단으로 묘사한다. 또 "시민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폭력을 행사하라", "광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정당하다"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올해 3월 말 해당 게임의 국내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현재 해외에서는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게임위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에 공문 발송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위 역시 외교 당국 및 관계 기관과 협력해 스팀 운영사인 밸브 코퍼레이션(Valve Corporation)에 해당 게임 삭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게임은 '광주 런닝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로블록스 게임 플랫폼에 '그날의 광주'라는 게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게임위는 로블록스에 공문을 보내 해당 게임을 삭제·차단했다. 현재 게임 개발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Fuhrer in LA' 접속 화면.(스팀 갈무리)
해외에서는 반유대주의 성향을 담은 게임이 문제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홀로코스트를 왜곡하고 전쟁범죄자인 히틀러를 장난스럽게 묘사하는 게임과 표현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의 유대인 인권 단체 ADL(반명예훼손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스팀 커뮤니티의 공개 데이터에서 혐오 발언과 극단주의 키워드 등 수백만 건의 유해 콘텐츠가 발견됐다.
ADL은 스팀이 지나치게 관대하고 체계적인 중재(moderation) 시스템이 부족해 혐오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엔 스팀에 극단주의 콘텐츠를 게시한 일부 사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례도 담겼다.
실제 보고서에서 언급한 'Fuhrer in LA'라는 게임은 스팀에서 문제없이 접속할 수 있었다. 게임에 접속하자 히틀러를 활용해 LA 경찰과 군대를 파괴하는 영상이 나왔고, 나치 문양과 문구도 아무런 필터링 없이 노출됐다.
이런 게임이 국내에 유통되는 건 막을 수 있지만 해외 유통을 강제로 막을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에 국내법의 직접적 적용이 어렵고, 강제 집행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스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게임 삭제를 강제할 근거는 부족하다"며 "외교 당국과 함께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고자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DSA)를 통해 글로벌 게임 플랫폼에 강력한 책임을 지운다. 이 법은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혐오 표현, 역사 왜곡 포함)의 신속한 삭제를 의무화한다. 또한 콘텐츠 중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
서경덕 교수는 "정부에서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이러한 콘텐츠가 잘못됐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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