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틀 뒤 트럼프와 통화
"한·미동맹 발전 협력"
美 '관세 유예' 한 달 남은데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나와
G7·NATO 회의서 정상외교 기대
< 한·미 정상 대화 채널 복원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미 동맹과 관세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한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오른쪽 사진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통화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AFP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오후 10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은 통화에서 한·미 동맹 발전 방향과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 간 통화로 관세 협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양국의 외교·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지난 4일 취임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정상 간 통화가 한·미 양국 신뢰와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미 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 동맹에 기반한 전방위적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는 한편 양국 간 동맹을 심화·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신뢰 기반을 복원하고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 “한국과 미국은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의 조선 및 방위산업에 큰 관심을 내비쳤다.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일 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주요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앞으로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정상과의 통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언제 통화를 하느냐보다 어떤 결과를 얻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시바·시진핑과 후속통화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약 5개월 동안 한국 대통령과 통화하지 못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통화했고, 취임 후에는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게 전부다. 동맹 관계인 한국과 미국 대통령 간 통화가 계속 지연되자 양국의 신뢰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미국이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의 소통이 없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면서 양국 정상 간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속히 직접 만나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 관계로 격상하고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등 현안을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세 협상·방위비 요구 풀어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관세 협상이다. 미국은 각국을 상대로 다음달 8일까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남은 시간은 약 한 달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실무진과 논의했지만 협상에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미국은 최근 실무 협의에서 쌀 시장 추가 개방,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자동차 환경 규제 완화 등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해결이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미 정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고도의 협상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방위비를 높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줄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날리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2만8500명 가운데 45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까지도 미국 정상과 통화하지 못하자 무수한 추측을 쏟아냈다. 백악관은 지난 4일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국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지만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에 우려한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내놔 의혹이 더 커졌다.
李, 트럼프 직접 만나 대화해야
이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의 우려는 일단 잠재웠다는 평가가 많다. 외교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양국 정상이 서로의 진심을 일부 확인한 만큼 앞으로 소통을 확대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 깊은 신뢰를 심어주려면 한·미 동맹에 집중하는 외교 전략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는 중국과 밀착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미국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서다.
이날 통화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상외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올해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삼아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달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규/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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