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 않게 합쳐진 장르… 마이너한 장르에 호불호 한 스푼 넣었어
- 프롬스프테웨어 신작 '엘든 링: 밤의 통치자'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 링'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게임이다. 여전히 소울라이크는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려운 장르인 건 마찬가지지만, 엘든 링이라는 타이틀은 대부분의 게이머가 알고 있다.
덕분에 엘든 링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 '엘든 링: 밤의 통치자'(이하 엘밤통)도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여러 요소를 간소화하고 로그라이크적 요소인 반복 플레이 방식을 채택한 독특한 구조가 더욱더 흥미를 유발시켰다.
엘밤통의 특징은 협동 플레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엘든 링은 싱글 플레이를 중심으로 강력한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반면 엘밤통은 플레이어 3명이 각각 선택한 캐릭터로 파밍을 마친 뒤 협력해 보스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직접 플레이해 보니 이름값, 기대와는 달리 애매한 요소가 많았다. 엘든 링의 정통성을 기대했다면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로그라이크 요소 관점에서는 실망스러웠다. 소울라이크 자체도 마이너한 장르인데 여기에 로그라이크라는 장르가 더해지면서 호불호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현재 엘밤통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함께할 친구 2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매치메이킹이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공개 매칭에서는 탈주하는 플레이어가 많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4만 9800원이라는 가격도 최신 게임 가격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호불호가 갈려 잠깐 즐기고 손을 놓기엔 부담스러운 편이다. 플레이를 즐긴 대부분의 유저들로부터 혹평을 받는 '밤의 비'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사용하는 자기장 시스템과 유사해, 파밍의 흐름을 끊고 소울라이크 장르의 장점을 퇴색시킨다는 의견이 많다. 즉,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장르 : 온라인 협동 액션 RPG
출시일 : 2025년 5월 30일
개발사 : 프롬소프트웨어
플랫폼 : PC, 콘솔
■ 8종 클래스로 즐기는 퀄리티 높은 보스전은 여전히 명품
-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스킬과 아츠는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 역시 엘든 링은 보스 잡는 게임
엘든 링의 진가는 역시 보스전에 있다. 엘밤통 또한 보스 전투에서는 흠잡을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마음에 드는 플레이 스타일을 대부분 지원하는 8종의 클래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스킬'과 '아츠'를 통해 속도감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일단 본편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추적자'나 '철의 눈' 클래스가 사용하는 스킬은 짧은 선딜레이와 함께 단기간에 빠르게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이동기들이다. 기본적인 이동 속도 자체도 빠르고 스태미나 회복 속도 또한 높아 본편보다 훨씬 더 속도감 있는 보스전을 즐길 수 있다.
보스들의 퀄리티는 매우 만족스럽다. 엘든 링 본편을 해봤다면 익숙할 기존 보스들부터, 새로운 최종 보스 개념인 '밤의 왕'들까지 다양한 강적이 등장한다. 소울라이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보스를 물리치는 재미는 확실히 살아 있다.
기존 엘든 링의 보스전이 너무 어려워 포기했던 게이머라면 오히려 엘밤통이 더 취향에 맞을 가능성도 있다. 사망하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고 다른 플레이어가 부활시켜줄 수 있다. 공략 난도 자체도 1인에서 3인으로 바뀌면서 훨씬 더 라이트하게 다가온다.
■ 애매하게 섞인 로그라이크 요소
- 랜덤한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를 성장시키는 잠재한 힘
- 특정 보스를 잡다가 다른 보스가 난입하는 등 변수가 있는 편이다
로그라이크는 랜덤성이 매우 강한 장르다. 공략에 있어 랜덤성보다는 플레이어 실력과 판단이 크게 중요한 소울라이크와는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래서 엘밤통이 이를 어떤 식으로 해석했을까 기대감이 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웠다.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주 무대인 림벨드는 큰 맵은 아예 고정이고, 그 안에 있는 구조물 위치가 조금씩 변경되는 정도다. 최적화된 동선을 통해 빠르게 파밍해야 하는 엘밤통 특징으로 인해 몇 판 지나지 않아 게임 플레이 진행이 늘 비슷해지는 단점이 두드러졌다.
동선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결국 구조물 생김새는 거의 동일하고, 시간대별로 만날 수 있는 보스들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랜덤 요소 외에도 맵에 고정된 미니 보스 위치들도 있기에 이를 파악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결국 게임이 로그라이크적 요소를 채용한 이상 다른 경험,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엘밤통은 이를 보스 처치 도중 다른 보스가 난입하는 습격, 한 구역을 소탕하거나 다음 일자로 넘어갔을 때 제공하는 랜덤 선택지로 다양한 변수를 제시했지만 랜덤성에 기인한 재미에 있어서는 부족했다.
선택지 자체도 단순 스탯을 증가시킬 때가 많으며, 리롤과 같은 기회도 없기에 원하는 빌드를 완성시키기도 매우 고단하다. 결정적으로 그 고생을 모두 끝마치고 빌드를 완성했을 때 소위 말하는 '뽕맛'이 부족하다.
손에 땀을 쥐며 보스를 처치했을 때 느끼는 뽕맛과 플레이어가 빌드를 완성해 그 플레이가 성공적으로 먹혔을 때 뽕맛은 엄연히 다르다. 엘밤통에서 느끼는 재미는 전자에 가깝다.
■ 장, 단점 모두 확실한 엘밤통
- 플레이어마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밤의 비 시스템
- 매칭을 돌리자마자 탈주하는 인원들도 적은 편은 아니다
엘밤통은 엘든링 본편에 비하면 상당히 라이트한 편에 속한다. 보스를 잡을 때도 필드를 돌아다닐 때도 3명이 함께 돌아다닌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든든하다. 엘든 링이라는 시리즈를 멀티플레이로 즐기고 싶다면 엘밤통만한 선택지가 없다. 간소화된 게임 방식, 비교적 라이트해진 게임성, 매우 높은 퀄리티를 보유한 보스전은 엘밤통이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다.
다만 단점도 명확한 편이다. 엘든 링 본편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은 여전히 엘밤통을 할 이유가 없다. 특히 느긋하게 필드를 돌아다니거나, 신중하게 파밍을 하고 싶은 유저들은 배틀로얄의 자기장 시스템과 유사한 '밤의 비'로 인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도 밤의 비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긴장감을 더해주는 제약보다는 단순한 족쇄로 다가왔다. 단순하게 파밍을 오래 하면 당연히 보스를 너무 쉽게 처치할 수 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 제약이 필요하기는 했다. 그러나 밤의 비는 파밍 지역을 크게 제한시킴과 동시에 플레이 내내 시간 압박을 크게 받게 된다.
이는 유저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밤의 비 시스템으로 인해 최적의 동선을 찾고, 성공적으로 파밍을 수행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있는 반면, 느긋한 협동 플레이를 기대한 유저들은 예상보다도 너무 빠른 템포에 따라가기 벅차 한다.
반복 플레이로 인한 성장 요소도 옅다. 게임을 끝낼 때마다 제공하는 '유물'은 출격 전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장착하는 아이템이다. 이 유물은 플레이어 캐릭터 스킬을 강화하기도 하며 능력치를 올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캐릭터 스킬 강화 외에는 체감이 미미하며, 유효 유물을 얻는 과정도 온전히 랜덤인지라 저널로 획득하는 확정 유물을 제외하면 노가다성이 매우 짙은 편이다.
이외에도 보스가 큰 패턴을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간헐적 프레임 드랍, 불안정한 서버 또한 단점이다. 한 게임에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가까이 걸릴 때가 많기에 자잘자잘한 렉 발생은 긍정적인 게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미가 없는 게임은 아니다
정리하자면 엘밤통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게임이다. 강력한 보스를 다 같이 공략하는 재미, 지인들과 함께했을 때 매우 즐거운 경험, 8종의 특색이 확실한 클래스들로 엘든 링 본편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들이라면 취향에 맞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잘 어우러지지 않은 타 장르 요소, 진행할수록 반복되는 플레이 경험, 좋지 않은 최적화와 서버와 같이 확실한 단점들도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등장한 프롬 소프트웨어 작품들이 모두 그랬듯이, 엘밤통도 마찬가지로 유저 취향을 확실하게 탄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밤의 비 시스템을 제외하면 취향에는 맞았다. 어려운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도 좋아하고, 엘든 링 핵심인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재미는 변함없었다.
소울라이크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면 지금 당장 구매해서 플레이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특히 같이 할 지인 2명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같이 즐길 지인이 없거나, 기존과 다른 소울라이크 진행 방식에 거부감이 있다면 한 번 고민해 보기를 권장한다.
장점
1. 본편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보스전 퀄리티
2. 보스 공략과 잘 어우어지는 8종 클래스의 뚜렷한 개성
3. 팀워크가 돋보이는 재미있는 협동 플레이 경험
단점
1. 게임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로그라이크 시스템
2. 싱글 플레이 진행 시 재미와 몰입감 저하
3. 불안정한 서버 환경과 아쉬운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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