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민집게벌레(왼쪽)와 암컷 민집게벌레. 성별에 따라 집게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Junji Konuma 제공.
집게벌레는 몸 끝에 집게가 달려 있다. 집게의 명확한 기능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컷 집게벌레는 싸움 시 집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 역시 집게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누마 준지 일본 토호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집게벌레의 형태를 관찰해 집게 용도를 추정하고 연구 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영국린네협회 생물학저널’에 발표했다.
신체의 특정 조직이나 구조가 몸집 크기보다 빠르게 커지는 것을 ‘우성장’이라고 한다. 사슴 뿔이 대표적이다. 사슴은 몸집 대비 매우 큰 뿔을 갖고 있다. 우성장 현상은 포유류뿐 아니라 곤충에서도 나타난다.
집게벌레의 몸 끝부분에 있는 집게가 곤충에서 우성장이 나타나는 사례다. 몸집 대비 큰 집게는 성선택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수컷 집게벌레가 짝짓기를 위해 다른 수컷과 경쟁을 벌일 때 유리한 특징이 남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컷 집게벌레의 집게는 무기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암컷 집게벌레에서는 집게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량적 분석을 수행했다. 집게벌레의 일종인 민집게벌레를 대상으로 몸과 집게의 형태 및 크기를 살폈다.
연구팀은 민집게벌레의 머리, 가슴, 복부, 집게 양쪽의 크기를 측정하고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은 짧고 두꺼우면서 구부러진 형태의 집게를 가진 반면 암컷은 얇고 길며 직선 형태의 집게를 가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성별에 따라 뚜렷한 형태 차이를 보였다.
몸 크기와 집게 너비 및 길이의 관계를 로그 스케일로 표시한 결과에서는 수컷의 집게가 우성장 패턴을 보였다. 몸 크기 대비 집게 너비가 불균형적으로 큰 특징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암컷의 집게다. 암컷 집게는 길이 기준으로 봤을 때 우성장 패턴을 보였다. 몸 크기 대비 집게 길이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집게벌레의 집게 형태가 성별 차이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암컷과 수컷 모두 우성장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집게벌레의 행동을 살핀 선행 연구에서 암컷 집게벌레는 공격성이 약한 수컷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암컷 또한 수컷과 마찬가지로 집게를 무기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성선택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암컷 집게벌레의 집게도 수컷처럼 효과적인 무기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의 초기 연구는 수컷에 초점을 두는데 곤충 형태의 진화를 연구할 땐 암컷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93/biolinnean/blaf031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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