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625명 종단 추적 결과 발표…질병코드 도입 반대 논리 뒷받침
2024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 인포그래픽.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자 행동유형을 5년간 추적한 종단연구인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924명,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5년간 동일한 패널을 구성해 관찰한 국내 최초의 게임 종단 데이터다. 전체 패널 유지율 90% 이상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게임이용과 문제행동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추적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고 콘진원은 강조했다.
이는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국내 게임업계 등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게임이용장애(ICD-11) 기준인 12개월 이상 통제력 상실, 부정적 영향 지속 등에 해당하는 사례는 전무했다. 이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코드가 국내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콘진원 결론이다.
과몰입군보다 일반이용자군의 게임이용시간이 더 길게 나타나 게임 시간 만으로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고, 게임이용자의 게임행동 유형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조사되어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이 보다 다차원적인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연구는 또 게임이용 시간과 행동의 변화가 성장·진학·취업 등 생애주기 요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동·청소년은 학업환경 변화, 성인은 취업·직장생활 등의 영향으로 게임 이용 시간과 이용 게임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조사기간 동안 학부모와 자녀가 인식하는 게임 관련 문제행동의 수준 역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연령 증가 및 성장발달에 따른 게임행동의 변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콘진원 측은 "이 같은 결과는 의료적 개입이 아닌, 사회적 맥락과 생애주기적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실증적 근거로 의료적 게임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심리·사회 요인이 게임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오프라인 관계도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자기효능감이 높거나, 학업성취 만족도가 높을수록 ‘선용군’에 포함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주의집중이 떨어지거나 과잉행동 경향이 있을 경우 ‘과몰입위험군’ 포함 확률이 증가하는 경향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적·사회적 개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콘진원은 분석했다.
또 형제·자매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또래와의 오프라인 사회관계가 많을수록 건전한 게임행동양식으로 분류되는 ‘선용군’ 포함 확률이 늘어, 게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 학습의 영향도 확인했다.
콘진원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학계와 산업계의 논의를 확산하고자 게임이용자 패널데이터 활용 논문 공모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 등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논문 공모전은 오는 6월 3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으며, 전국 대학(원)생 및 일반 연구자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오는 13일에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 방안도 모색한다.
콘진원 유현석 원장직무대행은 “게임이용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아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며 “이번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경진대회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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