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방송인 김숙이 신인 시절부터 암흑기를 거쳐 현재까지 늘 발벗고 도와주는 방송인이자 선배 유재석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6월 4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296회에는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김숙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1995년 21살에 '대학개그제'에서 은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숙은 KBS 12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들어갔다. 유재석은 김숙이 "참 열심히 살았다"며 부업도 열심히 했다고 증언했다.
김숙은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당시 KBS 출신이면 KBS만 나가야 됐다. 캐스팅이 안 되면 먹고 살 수 없으니 부업을 해야겠다며 이대에 옷 가게를 했다. 내가 그때 내 성향을 알았다.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구나, 사람을 힘들어하는구나, 사람에게 말을 못 붙이는구나'. 도저히 손님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건너편 카페에 가서 우리 가게를 봤다. 거기 커피 마시면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빈말, 거짓말을 절대 옷 판매를 못했다는 김숙은 "유일하게 거짓말 하고 부풀려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메뚜기(유재석)였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내가 그래서 짧은 걸 사갔다. 얘한테 뒤통수 맞은 게 나. 이후로 그 청바지를 밖에 입고 나간 적이 없다"며 억울해했다. 김숙은 "장사 안 되는 걸 분명히 알았을 거 아니냐. 유재석, 송은이, 김수용 이런 분들이 와서 옷도 사주고 짧은 데도 사가고 그랬다"며 사실을 알고도 속아준 유재석을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결국 옷 가게를 두 달 만에 폐업했다는 김숙은 주식에 손을 댔다가 망했다. 김숙은 "제가 600만 원 적금을 탔다. 경차를 사러 가는데 아는 대작가님을 만난 거다. 그분께서 '어디 가냐'고 해서 '마티즈 사러 갑니다'라고 하니까 '조금만 넣어놓고 소나타 사자. 아니다, 딱 4개월만 넣어놓고 그랜저 가자'고 하시더라. 귀가 팔랑거렸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그분이 '나는 이제 여름옷만 산다. 다 때려치우고 몰디브 갈 거거든'이라고 하길래 너무 믿음이 가서 몇 백을 묻었다"고 밝혔다.
이어 "겨울에 그분을 만났는데 한국에서 여름옷을 입고 있는 거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더라. '왜 이렇게 춥게 입고 있냐'고 물으니까 '미안하다. 빨리 가서 지금이라도 돈을 찾아라'라더라. 내 600만 원이 20만 원이 됐다. 그때 자전거를 사서 겨울에 봇짐 싸서 방송국을 자전거 타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일도 돈도 없는 김숙은 게임에 빠졌다며 당시 게임 자신이 무려 2조였다고 깨알 자랑했다. 김숙은 "집에 컴퓨터를 한 4대 정도 놔두고 거의 PC방처럼 했다. 그때는 진짜 중독이었다. 36시간 정도를 하루로 썼다. 밤을 완전히 다 새우고 아침 10시쯤 잠들어 저녁에 일어났다. 완전 밤낮이 바뀌었다. 저녁 7시에 아침을 먹고 동네 한 바퀴 돈다. 담배 사러. 그때가 25, 26살이었는데 그때 암흑기에 있었다"고 떠올렸다.
무려 2년간 게임에 빠져 살다가 문득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김숙은 "얼굴 전체가 다 그늘이더라. 25살 젊은 나이인데 얼굴이 완전 썩어있더라. 어느 순간 거울을 보고 '이게 나인가?'싶더라. 그때부터 술 담배 다 끊었다. 싹 정리하고 그때부터 열심히 살았다"며 "지금 생각하면 약간 방송국에 삐쳐 있었던 것 같다. 일은 하고 싶은데 일은 안 들어오니까. 저는 항상 방송국에 10분 안에 도착하는 곳에 살았다. '방송 안 해도 돼'했지만 항상 여의도 주변에 살았다"고 밝혔다.
방황의 시기를 지난 김숙은 든든한 파트너 송은이와 함께 캐릭터를 연구한 끝에 2002년 '개그콘서트'에 따귀소녀 캐릭터로 복귀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난다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갑자기 방송 활동이 뜸해졌다. 김숙은 이를 두고 "그 시기가 딱 떼 토크 때다. '세바퀴', '강심장', '스타골든벨' 치고 나가서 이겨야 하는 거. 다시 옷 가게 트라우마가 또 나온 거다. 마이크를 끄기 시작했다. 떼 토크 할 때가 제일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무한걸스'를 마지막으로 일이 끊긴 김숙은 이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님(유재석) 진짜 무서운 게 신기가 좀 있더라"며 유재석이 본인이 어디 가려고만 하면 보고 있는 것처럼 전화를 걸어 잔소리를 해왔다고 전했다. 김숙은 "송은이, 유재석 선배가 항상 둘이 짠 듯 분기별로 전화해서 '같이 이거 해볼래? 너 잘할 것 같아'라고 응원을 30년간 해주셨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서포터즈"라고 너스레 떨었다.
김숙은 2015년 송은이와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하기 시작한 계기도 공개했다. "송은이 씨도 저 때문에 열받았다"고. 김숙은 "제가 어떤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포스터를 찍잖나. 그거 하려고 매니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동대문 가서 옷을 사 입고 준비를 다 했는데 전날 저만 그 프로그램에서 빠졌다는 거다. '왜요. 그때 미팅하고 하기로 했잖아요'라고 하니까 '죄송하다'고 하더라. 누가 깠는지 모르겠는데 저만 까이고 그 프로는 했다. 잘되진 않았지만. 그때 짜증나서 '이거 어떡하냐'고 은이 언니와 한참 얘기하다가 '그러면 안 까이는 프로를 우리가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저작권 때문에 노래를 틀 수 없는 '비밀보장'을 위해 '유재석의 잔소리'를 녹음해주고 400회 기념 게스트로도 출연해줬다는 유재석은 '비밀보장' 10주년 공연을 할 생각이라는 말에 "내가 가야겠네"라고 흔쾌히 먼저 말 꺼내 김숙을 감동시켰다.
30년 중 20년은 실패하고 방황했다는 김숙은 "근데 너무 방황하지는 마라. 옆에 유재석과 송은이가 없다면. 이런 선배가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유재석에게 한마디 할 기회를 주자 "잔소리처럼 해주셨던 말들이 큰 약이 되었다. 이제 제가 선배님 챙기겠다. 힘든 거 있으시면 저한테 털어놓으시라. 선배님이 30년간 저를 케어해주셨다면 앞으로 30년 제가 모시겠다. 감사하다"고 인사해 훈훈함을 안겼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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