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늘며 시장 급성장
데이터센터 내에 설치되는 '액체 냉각' 장비. /삼성전자
LG전자는 최근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IDC ‘평촌2센터’에 액체 냉각 설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공급했다. CDU는 냉각수를 서버에 공급·회수하는 장치로, LG전자의 CDU는 가상 센서 기술이 적용돼 주요 센서가 고장 나더라도 펌프와 다른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 난 센서 값을 바로잡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외부에서 냉각 설루션의 기술 실증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AI 데이터센터 맞춤 액체 냉각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로 덩달아 성장하는 냉난방 공조(HVAC) 시장 선점을 두고 기술 고도화 경쟁이 치열하다. 발열을 잡아 실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액체 냉각’ 기술이 그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HVAC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AI 데이터센터 핵심은 ‘액체 냉각’
HVAC의 성장성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조 원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이끌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부 열을 식히고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제어해 서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시스템이 HVAC이기 때문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3016억달러(약 420조원)인 HVAC 시장은 2034년 5454억달러(약 76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10년 안에 HVAC 시장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5700억달러)에 맞먹는 크기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선 다양한 HVAC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핵심 기술은 ‘냉각’이다. 고성능 서버가 24시간 가동되며 막대한 열을 내는데, 이를 식히지 않으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냉각을 제공하느냐가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가르는 관건이다. 전통적인 공기 냉각 방식으론 효과적 열관리가 어려워 데이터센터에선 액체 냉각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직접-칩 냉각(Direct To Chip Cooling)’은 서버에 부착된 냉각판(콜드 플레이트)을 통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개발 중인 액침 냉각은 서버 전체 또는 주요 부품을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냉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예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냉각 기술 개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냉각 시스템의 안정적 작동을 위한 첨단 원격제어 기술도 필수적이다. 일시적인 장애 역시 치명적인 데이터 손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선 시스템 이상 징후나 고장을 사전 감지하고, 예측 유지 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AI 고장 예측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LG HVAC 기술 경쟁
높은 성장성으로 국내외 기업들은 최근 HVAC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술 개발에 더해 중동·아시아 등 신흥 국가에 새로 지어지는 병원·대형 쇼핑몰 등에 들어갈 공조 시스템에 대한 판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약 2조4000억원을 들여 유럽 최대 HVAC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플랙트는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 냉각 방식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 효율 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미 HVAC 기업 ‘레녹스’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LG전자도 지난해 HVAC 사업 전담 부서인 ‘ES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공조 시스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시스템 통합(SI) 기업인 GS ITM과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 및 IT 인프라 공급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관련 기업과의 협력도 늘리는 중이다. 중동 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판로를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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