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확보에 ‘AI 성패’ 달려
아마존이 작년 3월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큐뮬러스 데이터센터의 모습. 이 데이터센터는 인접한 2.5GW(기가와트) 용량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요 빅테크들이 ‘원자력발전 공급망’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하거나 원전 관련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3일 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미국 원전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원자력 기반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4배 늘리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처음 이뤄진 대규모 원전 전력 도입 계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에 이어 메타까지 원전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요 빅테크가 모두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에 발을 들이게 됐다. 빅테크가 원전에 주목하는 것은 AI 시대 필수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들이 원전에 눈을 돌리면서, 미국에선 노후 원전이 되살아나고, 원전 관련 신기술 개발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원자력발전에 뛰어든 빅테크
메타가 콘스텔레이션으로부터 20년간 공급받기로 한 전력은 미 일리노이주 ‘클린턴 에너지 센터’ 원전에서 나온다. 이곳에 있는 원전은 1091메가와트(MW) 규모로 한국의 신고리 1호기와 맞먹는다. 보통 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약 240km 거리에 있는 클린턴 에너지 센터 원전은 1987년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노후 원전으로 적자까지 쌓여 2027년 폐쇄 예정이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와의 계약으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던 발전소가 재가동되게 됐다”며 “콘스텔레이션은 이번 계약을 토대로 운영 연장을 위한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스텔레이션 조 도밍게즈 최고경영자(CEO)는 “발전소를 20년 더 운영하려면 수십억 달러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MS도 지난해 9월 콘스텔레이션과 20년짜리 원전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 MS는 콘스텔레이션과 함께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스리마일의 폐쇄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같은 지역에 있는 원전이다. MS는 스리마일 원전 1호기가 공급할 수 있는 835MW 전력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다.
구글과 아마존도 원자력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스타트업인 카이로스 파워와 전력 구매 협약을 체결하고, 2035년까지 500MW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부지당 최소 600MW의 신규 원전 3곳을 개발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고, 원전이 지어지면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SMR 개발사인 X에너지가 추진하는 차세대 원자로 프로젝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지난해 3월엔 콘스텔레이션이 운영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서스쿼해나 원전과 연계된 데이터센터 부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래픽=양인성
◇미국, ‘원전 르네상스’ 시대 여나
AI 데이터센터로 미국은 원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원전 산업 활성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 산업에서 미국을 진짜 파워(강대국)로 다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허가 결정을 18개월 내에 완료하고, 연방 소유지에 AI 데이터센터용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며 미국 내 우라늄 채굴 및 농축 확대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테크 업계에선 앞으로 더 많은 자본이 원자력 산업으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유명 투자자 피터 틸이 자신 소유의 투자회사를 통해 우라늄 농축 스타트업 제너럴 매터에 5000만달러(약 712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현재 러시아·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업용 우라늄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달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붐은 (전력 공급망을) 청정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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