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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튀기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삶은 닭, 구운 닭, 튀긴 닭.
바삭바삭한 튀김옷 안에 육즙을 머금은 K-치킨. 높은 지방 함량에 살 찔 걱정이 앞서지만, 매년 5억마리 이상 소비되는 ‘국민음식’이다.
자, 그런데 단순히 열량만 높은 게 다가 아니다. 치킨, 튀긴 닭은 ‘비만’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대표 음식이다.
조리법에 따른 닭 요리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튀긴 치킨은 다른 음식들에 비해 최대 8배에 달하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다.
비밀은 튀김에 사용되는 ‘기름’. 식용유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삼계탕과 튀긴 치킨.[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가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치킨 조리법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치킨 1마리를 조리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삼계탕(삶기), 오븐구이(굽기) 등에 비해 최대 8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치킨은 1마리 조리 시 1292g의 탄소를 배출했다. 반면 오븐구이는 338g, 삼계탕은 158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치킨 1마리를 조리하는 데만 해도 43개의 일회용 종이컵(탄소배출량 30g)이 버려지는 셈.
튀긴 치킨.[X(구 트위터) 갈무리]
이렇게 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단순 조리에 사용되는 도구의 영향은 아니다. 튀김기 전력사용량의 경우 통상 오븐에 비해 높다. 하지만 치킨 조리 시간은 오븐구이에 비해 짧기 때문에, 총 전력소비량은 되레 적은 수준이다.
비밀은 ‘기름’. 통상적으로 업소 기준 치킨 60마리를 튀기는 데 총 18ℓ의 식용유가 사용된다. 더 많은 닭을 튀기면, 기름이 탁해져 재사용이 어렵다. 1마리를 기준으로 평균 0.3ℓ의 식용유가 사용되는 것.
닭 오븐 구이.[X(구 트위터) 갈무리]
그런데 식용유는 사용하는 것만으로 탄소배출량이 상당하다. 식용유를 만들기 위한 원료 대부분이 수입산으로, 배송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 실제 수입산 원료가 사용되지 않은 국내산 기름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일부 국내산 또한 참기름, 들기름 등 품목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에서 재배되는 원료의 경우 기름을 뽑을 수 있을 만큼의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가공식품 세분화 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대두(콩)유, 옥수수유, 포도씨유 등 주원료가 100% 사용되며, 대부분이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따르고 있다.[123rf]
기름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작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중국산 콩기름을 사용할 경우 치킨 1마리에 1292g의 탄소가 배출돼, 스페인산 올리브유(1163g),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1074g) 등에 비해 컸다. 가장 낮았던 독일산 카놀라유의 탄소배출량 또한 치킨 1마리에 945g으로 삼계탕에 비해 6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최대 26마리다. 한국육계협회는 이 중 50% 이상이 튀긴 치킨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추산한다. 국내에서만 연간 5억 마리 이상의 튀긴 치킨이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튀긴 치킨(X(구 트위터) 갈무리]
이를 고려하면, 국내에서 매년 치킨을 소비하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약 64만6000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승용차 11만7000대가 1년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같다. 비행기로 추산하면, 19만명이 인천에서 뉴욕까지 왕복 비행을 했을 때와 같은 양이다. 이를 상쇄하려면 약 9800만그루의 30년생 소나무가 필요하다.
한편 오븐구이와 삼계탕의 경우 여타 재료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크지 않았다. 삼계탕에 사용되는 물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미미했다. 아울러 닭의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수입산 닭을 사용하는 등 변화에 따라 실제 배출량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치킨. [독자 제공]
이수연 오후두시랩 연구원은 “기름의 종류 및 양이 환경 영향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며 “재료와 요리 방식의 선택에 따라 탄소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두시랩은 기업, 제품, 도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제품 생산·유통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할 수 있다. 해당 분석 결과 또한 그린플로를 통해 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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