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 참석해 곽노정(왼쪽) SK하이닉스 CEO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을 두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100조원 투자', '세계 3강 도약' 등 공약에 대해 산업계의 기대감와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AI·반도체 산업 관련 구상은 국가 성장 동력을 미래형으로 대전환한다는 것이라 환영할만 하지만 단기에 실현 가능하냐에 대한 물음표도 따라오는 게 현실이다.
4일 정치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대로 '경제 강국 실현'을 가장 우선하면서 'AI 3대강국(G3) 도약'을 그 첫 번째 정책 목표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는 △AI 민간 투자 100조원 △'AI 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 및 집적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및 규제 특례 통한 융복합 활성화 △AI인재 양성 교육 강화 등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21대 이재명 정부 출범, 한국 경제의 기회와 과제' 보고서에서 새 정부의 AI 정책이 전 방위적 산업 기회 창출 구조로 설계됐다고 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반도체 분야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수요 증가 △제조·물류 분야 스마트팩토리 및 AI 물류자동화 가속 △콘텐츠 분야 생성형AI 기반 제작 활성화 △헬스케어 분야 AI 진단·예측 시스템 도입 확대 △에너지분야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및 효율화 관리 △지역산업 분야 AI특화도시 조성 및 지역인프라 투자 △클라우드 분야 AI인프라 수요 증가 △AI모델 분야 생성형AI 기반 공공 AI플랫폼 확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해결과제가 산전해 있다. 현재 새 정부의 AI 공약은 큰 그림만 제시된 상태다. 국내 AI분야 현주소와 전망, 주요국 정책 방향 및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그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 규제 개선 방향을 포함해 전반적인 실행방안이 담긴 로드맵이 필요하다.
GPU 5만개 이상 확보, 데이터 센터 운영 등에 관한 정책은 전력수급 측면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AI분야에 힘주려면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일단 접어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산업 육성에 맞춘 안정적인 전력 지원을 위해선 단계별 전력 수급 계획이 요구된다.
AI분야에선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오간다. 이미 중소기업이나 프리랜서 등의 생성형AI 도구 이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덜어주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AI 개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고 공공 배달 앱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예산만 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단 정부가 국산 대표 오픈모델 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월드베스트LLM(WBL)' 프로젝트와의 연계·통합도 관건이다.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위시켓 사무실에서 정보기술(IT) 중소기업·프리랜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다가올 AI·디지털 전환 시대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여기서 뒤처지면 또다시 남들을 뒤쫓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AI 시대에 어려움에 처할 초급개발자 등에도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SW) 개발자에 대한 전 주기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도 이 대통령의 인공지능(AI) 산업 지원 행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수차례 반도체와 AI 육성을 약속해왔고 반도체특별법도 신속 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선후보 선출 후 첫 경제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역량 강화 및 유망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안도 내놨다. 팹리스 업계에선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연간 40조원 벤처투자 시장 육성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안 등이 연계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는 2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반 첨단 패키징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 수요 대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테스트베드)의 조기 구축으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안이다. 특히 소부장특화단지를 향한 맞춤형 패키지 지원과 강소·중견기업 지원 강화, 글로벌 소부장 기업의 국내 유치 등도 함께 제시했다.
반도체특별법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인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도 해당 예외 규정을 법에 명시하는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52시간 예외 제도를 명시하지 않고 산업 지원 내용만 담은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4월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상으로 유연한 근로 시간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정부 정책 지원의 근거가 될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주 52시간 근로 관련 논의도 중요하지만, 법 통과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팽동현·박순원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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