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2. photo@newsis.com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반도체 보조금'이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 등은 포함하지 않아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책공약집을 통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튼튼한 경제 안보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나노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 첨단패키징 등 지원 확대 △판교 K팹리스 밸리 조성 등 팹리스 기업 육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 수요 대기업 간 협력 강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최첨단 메모리로 AI(인공지능) 주도의 반도체 초격차 시대에 대응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이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 등을 공약집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먼저 산업계는 공약집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원 정책이 빠지면서 우려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그동안 주요국 정부처럼 반도체 시설 투자 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해 왔다.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국가 대항전' 급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직접 보조금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해 527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와 첨단 R&D, 인력 양성 등을 힘쓰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한 후 10년 동안 140조원을 웃도는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저금리 대출과 세액 공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간접 지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리 정부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조원은 저금리 대출에 사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는 전체적인 방향을 밝힌 데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세액 공제는 기업이 이익을 내지 않으면 혜택을 볼 수 없는 만큼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 지급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주52시간제의 예외적 적용을 허용하는 방침이 제외된 데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반도체 업계는 R&D(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52시간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의 통과를 원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은데 현재는 규제에 발이 묶여 마음껏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에서 "현재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고 싶고 더 많은 연구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도 현재 주52시간제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인해 계류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이미 반도체 R&D 인력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만큼 주52시간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일이 몰릴 때 마음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게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며 "그동안 산업계가 '숙원 정책'이라고 부를 정도로 입이 닳도록 주장해 온 보조금이나 52시간제 예외 적용 같은 핵심 내용은 없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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