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 하루 직전 '사법거래' 의혹 촉발
'장남 논란' 관련 "사소한 옛날 얘기" 일축
유시민 망언엔 "국민이 용서했을 것" 주장
전문가들 "막판 표심 이동? 가능성 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조기 대선의 아침이 밝았다. 그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만큼, 선거 막바지 불거진 논란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입장도 함께 조명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논란이 본선 당일 유권자 표심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는 '내란심판'을 앞세워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막판에 부상한 각종 논란과 이에 대한 이 후보의 대응이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형국이었다. 대표적으로 '장남 문제' '유시민 발언 논란에 대한 입장' '사법거래 의혹' 등이다.
대선 하루 남기고 '사법거래' 의혹 촉발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특정 성향의 유튜버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일종의 특종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제한 뒤, "대법원 쪽에서 내게 직접은 안 오지만 소통은 일부 있지 않느냐.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에 (간접적 연락이) 없을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들은 바로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빨리 깔끔하게 기각해주자는 쪽이었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바뀌었다고 하더라.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이번 일은 정말 황당무계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응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법원에 내통자가 있다는 실토냐"라며 "이대로 두면 대법원도 대장동처럼 이재명 설계로 굴러가고, 대법원은 이재명의 액세서리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부산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재판을 정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믿는 이것이야말로 사법농단"이라고 일갈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李, '장남 논란'에 "별로 중요치 않은 옛날 얘기" 일축
이 후보 장남의 과거 '도박 및 음란문언 전시' 벌금형 논란도 대선 후반부 선거판을 강타한 이슈다. 해당 논란은 지난달 '정치' 분야 TV토론 도중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 후보 장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젓가락 발언'을 공개 언급한 뒤 불거졌다.
그러나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자식 잘못 키운 내 잘못"이라면서도, 지지자들 앞에서는 "별로 중요치도 않은 옛 사소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강훈식 선대위 상황실장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수사를 했고, 국민적 판단도 이미 끝났다"고 해당 논란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비방전이 확산되자 당사자를 비롯해 '진흙탕 싸움'을 유발한 이준석 후보 양측 모두 유권자들의 표심 향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갖고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어떻게 집안이 저럴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바라봤다.
특히 이번 논란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당사자는 이준석 후보라고 내다봤다. 이낙연 상임고문은 "(이 후보의 장남 논란 제기로) 제일 손해를 볼 사람은 이준석 후보"라며 "그의 발언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이 대단히 끔찍하고, 오래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유시민 씨 ⓒ데일리안DB
유시민 '여성차별' 논란 사과에
李 "국민이 용서하지 않았을까"
진보 진영 외곽의 '가벼운 입'으로 평가되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를 향한 '망언'도 대선 종반부 파장을 일으켰다. 설 여사를 향한 유 전 이사장의 비판 발언이 '여성차별' '학력차별' 논란으로 확산되면서다. 과거 유시민 전 이사장과 운동권에 함께 몸 담았다는 한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유시민은 원래 입이 가벼운 사람"이라고 했다.
앞서 유 전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설 씨는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라며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표현이 거칠었다"고 했지만, 설 여사에 대한 직접적 사과는 없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하여튼 부적절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 전 이사장이) 사과했다고 하니까 국민이 용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의 궤변은 결국 자기 진영의 잘못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좌파 세력의 내로남불 DNA를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李, 각종 논란에 국힘 '여론공작' 맞불
지지자에 '시민감시' 제안 '이슈 환기'
이처럼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공산이 큰 각종 논란이 대선 막바지에 급부상하자, 이 후보는 국민의힘에 불거진 '댓글공작' 의혹을 파고들어 여론 환기에 나섰다. 댓글·여론조작 정황을 발견하고 이를 제보할 경우 대대적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언급함과 동시에, 지지자들 앞에서 아예 제보와 신고를 '주업'(主業)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까지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경기 평택시 유세 현장에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댓글조작하고 가짜뉴스를 쓰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선거결과를 망치려는 이런 반란행위를 하느냐"라며 "제보를 많이 해달라. 범죄행위·부정부패 행위를 제보하면 그 포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제도를 만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범죄 신고에 대한 포상이 너무 인색한데, 그것(범죄신고)을 직업으로 (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며 "꼭 범죄 단속을 경찰만 할 필요가 있느냐. 경찰은 월급을 받는데, 시민은 좀 하면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제보 정치' '포상금 정치'를 꺼내 여론을 선동하는 이 후보의 발언은 위험천만하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은 조작으로, 비판은 반란으로 몰아세우는 이재명식 정치, 그 끝에 남는 것은 자유가 사라진 독재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후보 3차 TV토론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문가들 "유권자 표심 영향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대선 본투표에 나설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재명이 무슨 얘기를 하든, 김문수가 무슨 얘기를 하든, 어떤 논란이 있든 대선 본투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들의 95%는 이미 다 결심을 한 상태"라며 "막판 표심 이동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대선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닿기 위해서는 최소 2~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대선 막바지 촉박한 시간에 어떤 이슈가 나와도 눈에 띄는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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