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김용태 ‘무효’ 발언 선 넘어”
한동훈 “계엄 저지가 당 정체성”
양향자도 “전광훈당 가라” 거들어
尹과 관계 단절 놓고 시각차 표출
6·3 조기대선을 하루 앞둔 2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둘러싼 때아닌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내에선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써 차기 당권을 두고 권력 투쟁에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지난달 25일 대구의 한 교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선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윤상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대위원장으로서 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전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탄핵 반대 당론은 무효화’ 주장을 겨냥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은 윤 전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었다”며 “정당의 자기부정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분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탄핵 찬성’ 입장을 견지해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곧장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불법계엄을 막은 당이어야 한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옹호가 아니라 불법계엄저지”라며 윤 위원장을 직격했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도 “윤상현 의원이 아군 진영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며 “비상계엄 선포가 옳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싶은 분들은 지금 당장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으로 떠나시라”라며 윤 위원장에 대한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뉴스1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이제 이 선거가 끝나면 당 개혁도 확 해야 되는데, (우리 당은) 윤 의원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부터 김 (비대)위원장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까지 정말 다양하다”며 “지금은 어쨌든 비대위원장의 의견이 더 당의 공식 의견”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시도해 왔다. 당 지도부 차원의 윤 전 대통령 탈당 요구, ‘김건희 문제’ 공개 사과 등이 그 일환이었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윤 전 대통령이 대독 메시지로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집회에서 김문수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고 재차 선을 긋기도 했다.
‘탄핵의 강’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선 탄핵 찬반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되자 ‘자중지란’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를 하루 앞두고 지지율·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벌써 당권 싸움에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