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록, 인범 양쪽 입장 다 공감…스스로도 가치 혼란"
"주변에선 쉬라지만…회사운영 걱정에 그럴 수 없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소주전쟁’ 배우 이제훈이 배우 겸 소속사 대표로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느끼는 가치관 갈등과 고민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제훈은 ‘소주전쟁’의 개봉을 기념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훈은 ‘소주전쟁’에서 국보소주의 경영권을 노리고 종록에게 접근한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을 맡아 종록(유해진 분)과 깊고도 묘한 감정선을 그린다. 이제훈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못하는 회사에 그렇게까지 헌신하는 종록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연민을 느끼며 내적 갈등을 겪는 인범의 다이내믹한 내면의 변화를 섬세히 표현해낸다.
‘소주전쟁’은 기업의 부도 사태 실화를 통해 시대를 조명한 시대극이지만, 주인공 종록과 인범의 우정과 갈등을 통해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 일과 개인의 행복, 이익추구에 대한 가치관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평생 한몸을 바쳐 헌신해온 종록의 고군분투, 그런 종록을 바라보며 ‘회사는 그저 돈을 버는 곳일 뿐이니 자신의 삶을 살라’고 일침하는 인범의 독설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제훈은 이에 대해 “종록 입장이 충분히 공감이 간 게 저 역시 IMF 시절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일들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의 입장을 더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지고 싶었다”라면서도, “다만 일이 곧 나고, 회사가 곧 나라는 마인드나 태도가 나중에 혹시라도 원치 않은 해고로 낙담, 좌절의 결과로 이어졌을 때 보상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이 슬프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영화의 내용이 더 공감이 됐다. 요즘 들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불확실성이 더 강해지지 않나. 지금의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자본, 돈이란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라며 “물론 그런 것들만 좇다가 인생이 황폐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도 마음 속으로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요소가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기에 두 인물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간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제훈은 “저 역시 현실에선 배우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직원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매일 겪고 있다”라며 “월급을 드리는 월초가 될 때면 그런 가치관들이 더욱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직원들에게 이야기할 때 개인의 휴식, 워라밸을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긴 하나, 정작 스스로에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있다”라며 “어떤 게 맞는지에 대한 혼란을 갖고 있고, 이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거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제훈은 “솔직히 이것도 지키고 저것도 지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인범 역시 기업 사냥에 대한 목표를 갖고 한국에 왔지만, 종록을 만나면서 그로부터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이 되지 않았을까. 이를 통해 내가 그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가에 대한 혼란과 죄책감, 양심에 대한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며 “인범도 결국은 두 가지 가치를 결국 다 가지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그런 선택들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저 역시 빗대보자면, 스스로 잘 버티면서 두 가지 가치를 다 얻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쉴틈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 소속사 사장으로서 스스로에게 자유로울 수 없는 어려움도 고백했다. 이제훈은 “내 일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도 줄 수 있으니 감사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스스로도 약간 내 마인드가 조금 과한 측면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쁜 이 시기 이후의 스케줄이 걱정이다. 당장 내년 스케줄이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벌써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지금은 플레이어로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으면 회사 운영의 리스크가 있으니까 그게 딜레마인 거 같다. 주위에선 제발 쉬어야 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알고 있지만 회사 사정 생각하면 쉬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다”고 말했다.
‘소주전쟁’은 지난 30일에 개봉해 극장 상영 중이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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