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채용 공고 2020년 이후 최저
바이브 코딩 유행…AI로 개발자 대체
AI 인재 확보 위해 타 직군 구조조정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스타트업 1명 공고에 200명 지원, 앞길이 막막하다.” (문과생 출신 개발자 A씨)
파격적인 연봉을 내걸고 인공지능(AI)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다른 한편에선 구조조정과 ‘채용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AI가 한때 억대 연봉 일자리로 불렸던 개발자를 대체하며 고소득 화이트칼라 직군이 직격탄을 맡고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투자를 위한 해고 행렬이 이어지면서 ‘AI 발 구직난’이 가속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T 직군의 채용 축소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 IT 직군의 온라인 노동지수는 65로 2020년 7월 174, 2023년 7월 167 대비 크게 감소했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공고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형식으로 표시한 지표다. 지수가 낮을수록 취업이 어렵다. 지난 5월에는 집계 이래 최저치인 58을 기록하기도 했다.
AI.[게티이미지뱅크]
개발자 채용 감소는 AI 코딩 기술의 발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딩 방법을 모르더라도 AI와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며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바이브 코딩은 오픈 AI의 공동 창립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지난 2월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느낌(바이브)을 설명하면 AI가 이를 알아서 코딩해 낸다는 의미다.
해외 빅테크 기업에서는 이미 AI를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AI 시스템이 제품에 대한 새 코드 4분의 1 이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고, 오픈AI와 메타 등도 20~30% 수준의 코드를 AI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이 줄어들면서 지원자들은 줄을 서고 있다.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T·웹·통신 분야 공고는 15.5% 감소한 반면 이력서는 115% 증가했다.
해외에선 AI 투자를 위한 구조조정도 빈번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3%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3년 약 1만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구조조정”이라며 “회사의 미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인원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달 판매·파트너십 부문에서 200여 명을 해고했다. 메타, 아마존은 각각 4000여 명, 400여 명을 감원했다.
AI로 특히 고학력, 고임금인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로 인해 10년 후 일자리 3억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I 개발자들의 몸값은 뛰고 있다. 네이버, KT 등 대기업도 인재 유치를 위해 대표가 직접 나서 억대 연봉을 내걸고 있다. KT는 AI 인재 확보를 위해 급여 상한을 폐지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파격적인 방안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 남을 수 있는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