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잘못된 설계에 ‘현대사회 축소판’ 비판
일부 출연자 서바이벌 취지 벗어나기도
정종연 PD “시청자 지적 양분 삼겠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데블스 플랜2)은 지난달 전편이 공개된 뒤 논란이 됐다. 우승자가 축하받지 못했고, 게임 설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서바이벌 게임과 다른 모습이 그려졌다는 게 원인이다.
‘데블스 플랜2’는 일주일간 참가자 14명이 한 공간에서 지내며 매일 진행되는 ‘메인 매치’를 치른다. 메인 매치에서는 게임 순위별로 차등해서 보상인 ‘피스’를 받게 되고, 그 개수에 따라 하위권 절반 참가자는 ‘감옥동’에서, 상위권은 ‘생활동’에서 지낸다. 이때 감옥동 참가자들은 매일 밤 추가로 탈락자 1인을 뽑는 ‘감옥 매치’를 하고, 이 게임에서 이긴 1인만 피스를 받는다. 이렇게 참가자를 줄여나가며 최후의 1인을 가려낸다.
‘데블스 플랜2’는 초반 회차엔 좋은 평가를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첫 번째 메인 매치로 나뉜 감옥동과 생활동 참가자 구성은 회차를 거듭하면서도 변화가 없었고, 생활공간을 기준으로 한 참가자들 간 연합은 공고해졌다. 첫 게임에서 우연하게 정해진 일종의 계급이 어떤 노력에도 끝까지 넘어서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하는 걸 보며 게임에서조차 ‘현대사회의 축소판’을 본 것 같아 유쾌하지 않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많았다.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건 연합을 이룬 정현규를 위해 윤소희와 규현이 탈락을 감수하거나 본인에게 유리한 선택을 망설이는 장면들이 나와서였다. 서바이벌 게임이란 취지에 어긋났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우승만을 위해 상대방을 도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정현규에 대한 비판도 함께 쏟아졌다.
‘데블스 플랜2’는 게임 설계와 출연자들의 선택 등에서 서바이벌 게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종연 PD는 “시청자의 지적을 들으며 공부를 많이 했다”며 다음 작품에선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제공
‘데블스 플랜2’를 연출한 정종연 PD는 지난달 27일 “저희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우승만 추구하라’고 한 건 역설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규현, 소희씨도 게임을 위해 (게임 취지대로) 노력했지만, 현규씨가 홀로 남게 되자 (사회적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규씨는 처음부터 와일드하게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그리고 들어왔고, 저도 거기에 동의했다. 최선을 다해 임해줬을 뿐이니 과도한 지적은 삼가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PD는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의견과 지적을 들으며 공부가 많이 됐다. 생활동의 ‘히든 스테이지’(게임을 추가로 할 수 있는 숨겨진 공간) 보상이 과했다거나 감옥 매치 우승자에 대한 보상이 적었다, 감옥동이 생활동을 반격할 요소가 부족했다는 지적들엔 저도 동의하고 공감했다”며 “많은 피드백이 있다는 걸 알지만, 비판은 게임 설계자인 제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연출해 추리 예능의 대가로 불리는 정 PD는 이번의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겠다고 했다. 그는 “감옥동과 생활동이라는 두 집단의 대결로 요약되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생활동의 서바이벌적 서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균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시청자가 보지 않는 프로그램은 의미가 없지 않나. 향후 작품 활동에 양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우승자 정현규는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말투나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그런 제 모습이 많은 분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며 “우승 상금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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