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공모 나서지만
민간 불리한 요건 그대로라
기업들 적극 참여 기대 어려워
SPC 설립을 통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추진체계. 공모지침서 발췌
인공지능(AI) 3대강국(G3)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민관 합작 AI인프라 사업이 조기흥행에 실패했다. 정부는 재공모에 나서지만 민간에서 부담스러워하는 사업요건은 그대로라 기업들이 또다시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국가AI컴퓨팅센터(SPC) 구축사업 공모를 마감한 결과 응찰한 사업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당초 지난 2월까지 기업·기관 100여곳이 사업참여의향서를 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위축된 결과다.
이에 따라 첫 공모는 유찰로 마무리됐다. 과기정통부는 국가계약법을 준용해 2일부터 10일 이상 기간을 두고 재공고(연장공고)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사업 재공고 시 일부 요건 조정 등에 대한 기대도 있었으나 일단 정부는 변경 없이 연장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2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은 민간 컨소시엄 선정을 거쳐 공공 51%, 민간 49% 비율 합작투자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SPC 주도로 1엑사플롭스(EF) 이상 AI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는 게 골자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이나 기존 시설을 활용해 연내 서비스를 개시하고 2027년 정식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업 부지는 비수도권이어야 하고 민간에서 입지·부지 및 전력 확보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에 보다 저렴하게 우선 서비스하고, 국산 AI반도체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2030년 비중 50%)하는 등 정부 정책 목표에 맞춘 운영도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센터의 수요처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기업들은 수요 충당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렇듯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음에도 SPC 구조는 민간에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가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데 실질적인 운영과 수익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간 참여기업들이 지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향후 SPC 청산 시 민간 참여사들이 공공투자 지분에 대해 이자까지 얹어 매수해야 하는 매수청구권(바이백) 조항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이런 연유로 당초 사업을 주관할 대표법인 후보로 점쳐졌던 이동통신사들 및 이들과 협력할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공모지침서 배포 이후론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대표법인 조건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나 클라우드사업자이면서 신용등급 A 이상인데 이통 3사 외엔 후보가 많지 않다. 이들 외에 최근까지 유력 후보로 꼽혔던 삼성SDS-삼성전자-네이버-엘리스그룹 컨소시엄의 경우 막판까지 고민했으나 신청서를 내진 않았다.
삼성SDS 컨소시엄 외에도 대표법인으로서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해온 곳은 한두 곳 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법인을 주축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되는데 연장공모에서도 요건은 그대로라 이들이 노선을 선회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재공고에선 통신업계가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는 연장된 공모 기간 내 참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GPU를 1만장 지원한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며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국내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AI 3대강국(G3) 도약을 위해 국가AI컴퓨팅센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신속한 집행을 위해서도 보단 탄탄한 계획과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업계에서도 적극성을 띨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선명한 계획 공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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