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스마트폰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 금요일이지만 평일 오후의 한산한 분위기 속에 일부 매장 앞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들이 상담을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팀이 나란히 앉아 상담을 받거나 잠시 자리를 비운 직원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발품을 들여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확연히 늘어난 모습이었다.
◇휴대폰 시장, 이례적인 활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 것은 이동통신 3사의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확대가 한몫했다. 앞서 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태 이후 빠르게 빠져나간 고객을 붙잡기 위해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대폭 인상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이에 맞서 지원금을 높였다.
SK텔레콤의 경우 갤럭시S25시리즈 공시지원금을 기존 48만원에서 68만원으로 높였다. 아이폰16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에도 각각 68만원, 65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갤럭시S25 및 아이폰16 시리즈에 대해 공시지원금을 최대 70만원까지 상향했다.
A 판매점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 이후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해 기기 변경 보조금을 크게 늘리면서 다른 통신사들도 정책금을 높였다”며 “그 덕에 몇 주 전부터 통신 3사들이 실구매가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테크노마트에서 확인한 스마트폰 실구매가는 몇 달 전과 비교해 크게 내려갔다. SK텔레콤 기기 변경 기준 갤럭시 S25일반 모델은 '0원폰'이나 '마이너스 폰'으로 떨어졌다. 갤럭시S25 플러스 모델은 약 15만원, 갤럭시S25 울트라 모델은 약 47만원 수준이다. 초고가인 월 10만9000원 요금제 6개월 유지와 부가서비스 가입 1개월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같은 조건 실구매가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했다. KT는 월 11만원대 요금제를, LG유플러스는 8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A 판매점은 “몇 달 전이면 갤럭시S25 일반 모델은 30만원을 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유심이 아닌 eSIM(e심) 개통을 권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례적으로 'e심 전환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원금 규모를 더 키운 덕이다. 이날 둘러본 모든 판매점은 SK텔레콤 기기 변경 고객에게 공시지원금에 e심 장려금을 더한 가격으로 안내하고 있다.
주말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 방통위 단속 예고...경쟁 활성화 전망은 엇갈려
다만 판매점들은 이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해 '한시적 가격 경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같은 보조금 경쟁이 불법 행위로 판단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오는 30일까지 유통 단말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유통망 실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과도한 리베이트, 허위 고지, 온라인 불법 영업 등 불공정 행위를 적발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B 판매점은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는데, 정부 단속이 겹치면서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을 위해 부가서비스 과다 가입 권유, 36개월 장기 할부 같은 불합리한 판매 관행은 제재하고, 시장 자체는 지금보다 더 '과열'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번 가격 경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6월 중순 이후 급격히 식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수습이 일정 수준 이뤄지고, 전국 대리점에서 신규 가입 중단 조치가 해제되면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은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SK텔레콤이 6월 중순에는 신규 가입 중단 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방통위가 현장 조사에 착수한 만큼, 과도한 보조금 살포는 자칫 불법 보조금 지급이나 이용자 차별 행위 조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영업 제재를 우려하는 사업자들은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단말 유통 업계는 단통법 폐지가 이뤄지는 내달 22일 이후부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폐지 이후 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이 자유로워지면서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이 보다 자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단통법 폐지 이후에는 약 41만명의 가입자를 잃은 SK텔레콤이 강도 높은 마케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발표한 4월 22일부터 전달 29일까지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는 46만4634명이다. 이 기간 KT로 25만8488명, LG유플러스로 20만6146명이 이동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5만2688명에 불과하다. 약 한달간 SK텔레콤 순감 규모는 41만1946명에 달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