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대선 후보 장애인·빈곤 공약 분석 ]
장애인 일자리 확충·이동권 보장 등 제시
기존 정책 보완 수준, 구체적 실행안 빠져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눈길
이준석, 장애인·반빈곤 등 복지 공약 부실
2022년 4월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장애인 공약은 기존에 있는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反)빈곤 정책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현재 생계·의료급여 부양의무제 있음)와 선정 기준 개선을 약속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장애인 공약과 반빈곤 공약이 전무하다.
29일 각 당이 발표한 공약집을 보면 이재명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후보는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장애인 콜택시 증차 등 이동권 보장 △장애인 의무고용 및 맞춤형 공공 일자리 확대 △장애인 주치의 제도 활성화와 보건의료 서비스 확충 등을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부족하다. 예컨대 장애인 교통 인프라 확대 공약에서는 콜택시 차량 증차 규모와 대기 축소 시간 같은 구체적 ‘목표 숫자’가 빠져 있다. 2018년 시작된 장애인 주치의 제도도 현재 주치의 등록 의사 765명 가운데 실제 활동 인원이 113명(14.7%)밖에 안 될 정도로 성과가 저조한데도 제도 정착 방안과 참여율 제고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돌봄은 선거 때마다 나왔던 공약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장애계가 반기는 공약도 있다. 이재명 후보가 1순위로 내세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장애계가 오랫동안 바랐던 숙원 사업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평등권 실현 등 구체적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약속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선언에 그칠 우려도 있다”며 “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문수 후보 공약 중에는 장애인 돌봄 한의사 제도 도입,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인) 지원 법률 제정, 장애인정책심의위원회 개편 등이 높게 평가됐다.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인정책심의위원회 공약은 ‘장애인의 정책 참여 기회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현재 국무총리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조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애인 공약이 복지 위주로 설계된 점도 한계다. 전 교수는 “교육권 보장은 특수학교와 장애학급 확충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일자리 확대 정책도 공공 부문으로 한정됐다”며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각이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논쟁적인 의제를 회피했다는 비판도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단계적 폐지와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사람은 권영국 후보가 유일한데, 탈시설화를 두고는 장애계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박 실장은 “사회 갈등 해소를 고민해야 할 대선 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논란을 피하고 안전한 공약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천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청역 2호선 승강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반빈곤 정책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초생활보장제도 선정 기준 개선 등을 공통적으로 담았다. 권 후보는 여기에 더해 의료급여 정률제 폐지 철회, 강제퇴거와 철거 금지,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지구 지정 완료 등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취약계층 아동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국가 지원 확대, 한부모 가정 지원, 중위소득 50% 이하 기초연금 월 40만 원 단계적 인상 등 기존 정책의 확대 정도를 공약집에 담았으나 분야별로 흩어져 있어 종합적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빈곤 문제는 주거·노동 불평등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각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해결 가능하다”며 “익산 모녀 사망 사건,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처럼 여성 가구 빈곤율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 여성 노동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반적으로 복지 공약이 부실하다. 박 실장은 “이준석 후보는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장애인 혐오 발언을 여과없이 입에 올리는 등 주로 다른 후보를 비방할 때만 장애인을 언급한다”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 청년층 표심만 중요하게 여기고,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