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여름의 시작과 함께 높아진 온도를 떨어뜨려 줄 호러 영화 한 편이 도착했다.
라이언언 쿠글러 감독의 ‘블랙팬서‘는 흑인의 정체성과 고민을 히어로물에 녹여내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이 외쳤던 "와칸다 포에버"는 흑인 스포츠 스타들이 세리머니로 쓸 정도로 아이코닉한 대사였다. 그랬던 라이언 쿠글러가 '블랙팬서'의 또 다른 주역 마이클 B. 조던과 새로운 호러 영화에 도전했다.
'씨너스: 죄인들'(이하 '씨너스')은 시카고 갱단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 분)이 술집을 개업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의문스러운 사건을 담았다. 성공적으로 문을 연 술집은 새미(마일스 케이턴 분)의 노래로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진다. 그때 초대하지 않았던 불청객이 찾아오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씨너스'는 라이언 쿠글러의 다양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초반부 '씨너스'는 쌍둥이 형제의 동선을 분리시킨 뒤 교차편집을 통해 지루한 전개를 거부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인상적인 대사와 간략한 정보만으로 소개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명확한 설명이 없어 답답할 수 있지만,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긴장감을 높일 수 있었다.
중반부 이후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면서 '씨너스'의 장르와 분위기는 급변한다. 밤이 찾아오면서 악의 존재가 술집을 방문하고 이때부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주인공들 간에 의심은 커지고 심리전이 펼쳐진다. 마음을 놓을 때면 기괴한 이미지가 불쑥 나타나 관객을 놀라게 하고 나중엔 악의 존재와 주인공들이 전면전을 펼친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호러, 그리고 그 이상의 장르로 확장하는 흥미로운 영화다.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주는 '씨너스'는 흑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야기에 담으면서 한층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배경은 1932년으로 카메라는 흑인들이 목화 재배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한,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가 언급되는 등 흑인이 처한 폭력적인 상황도 엿볼 수 있다. 이런 요소는 영화에 잘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흑인의 역사적 아픔과 '씨너스'의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연결되는 순간 라이언 쿠글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강렬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술집에서 새미가 블루스를 부르는 장면에서 아카데미 음악상만 2번 받은 루드비히 고란손의 감각은 폭발한다. 음악으로 여러 세대를 관통하는 이 장면은 신비한 이미지와 영혼을 울리는 노래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음악을 경험하기 원했다는 루드비히 고란손의 열정이 잘 담긴 덕에 흑인의 한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복합적으로 표출되는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씨너스'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흑인을 중심에 두고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던 '겟 아웃'만큼이나 초반부 분위기는 인상적이었고, 후반부는 오컬트적인 요소와 함께 '곡성' 등의 영화를 소환한다. 그리고 후반부 마이클 B. 조던이 폭발하는 시퀀스만 떼어놓고 보면 라이언 쿠글러가 그만의 방식으로 역사에 저항하는 흑인 영웅을 내세운 영화로 읽히기도 한다.
'씨너스'는 '블랙 팬서' 감독만이 선보일 수 있는 충격적인 호러 영화이자 특별한 안티 히어로 무비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씨너스: 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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