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실용 정책 '성장하는 정치인'
민주당, 담론 매몰 넘어 미래 봐야
이번 조기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를 하나만 꼽자면 개인적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중도보수론'이 단연 탑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내보였던 정책이나 말들, 특히 '기본' 시리즈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나 국토보유세 등 사회주의적 색채의 정책들, 문재인 정부 때도 하지 않았던 노란봉투법, 양곡법 등의 입법강행 등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민주당과 이 후보의 중도보수론을 선거용이라고 폄하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만약 선거용이라면 중도보수론은 최고의 전략이다. 중도보수론을 천명한 후 다소 등락은 있었지만, 여전히 이 후보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러면 예전의 발언과 다른 말을 지금 한다고 해서 이것이 선거용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만약 단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의 성장을 부정하는 사람이다. '제행무상'(우주 만물은 항상 유전(流轉)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은 인간사 불변의 진리다. 선거용인지 진심인지 알려면 그와 측근들의 말(워딩)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포착해야 할 이 후보의 몇 가지 워딩을 꼽자면, "전체를 책임져야 할 처지에 서게 되니 과거 변방에 있을 때와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다.", "정책으로 인간의 욕망을 강제로 억누르려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정책은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통해 점진적인 해법을 찾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그의 대표적 정책참모이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이었던 김현종은 "압축성장", "기업을 위해 배임죄를 손보고, 상속제도도 캐나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등 오히려 국민의힘 보다 더욱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라면 구호만 반복할 것이고, 진심이라면 내용을 채우려 할 것인데, 단연 후자 쪽이다.
이렇게 보면, 이재명 후보는 성장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만약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가 아니었다면 이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그의 워딩과 행보를 보면, 문제 해결과 효율성에 방점을 두는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을 뿐 이념에 기반을 둔 것을 거의 볼 수 없는데, 이것은 민주당이 기존에 견지해 온 태도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재명 후보가 집권해서 펼치는 정책을 마주한다면 전통 민주당 지지층에서 다소 당혹해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민주당도 과거 민주당의 위치와 입장이 아님을 자각하고 있으리라 본다. 과거의 주류였던 소위 '보수정당'이 스스로 자멸해버려서 이제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끌고나가는 책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고자 전체보다 소외된 소수에 집중하고,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과거의 담론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왔던 그동안의 관성을 극복하고 5000만 국민 모두를 책임지는 국가 운영 주체세력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세워나가리라 생각한다.
합리적인 보수 국민도 이제는 더는 고쳐 쓰기도 불가능한 국민의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재명과 민주당이 마련한 공간을 잘 활용해서 보수 참칭 수구 기득권 집단을 변방으로 밀어내면 어떨까 싶다. 이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도모하는 방법을 선택함이 낫지 않을까 한다.
/김은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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