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토론 발언 논란속 전문가평가
“진보진영 이중잣대 지적했을뿐”
이준석 해명에도 곳곳서 비난
조승래 “저열한 언어 폭력 행사”
권영국 “분명한 여성혐오 발언”
전문가 “중도층 반감 산 무리수”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전날 TV 토론회 발언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전날(27일)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여성 신체를 원색적으로 표현한 데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진보 진영이 여성 인권을 강조하면서 내부에서 발생한 성 비위에는 관대한 이중잣대를 지적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준석 후보가 20대 남성을 공략하려다가 중도층의 반감을 사는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는 28일 오전 SBS라디오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욕설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혐오성 발언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혐오 조장과 갈라치기를 시도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사례가 등장하면 답변을 회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다. “성범죄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성 의식을 마주했을 때 지도자가 읍참마속의 자세로 단호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저열한 언어폭력 행사”라면서 후보 사퇴와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준석 후보가) 차마 이 자리에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내면서 저열한 언어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후안무치가 곧 젊음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가 해당 발언을 하면서 질문을 던진 상대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TV 토론 후 SNS에 글을 올려 “상대 후보를 비방하겠다는 의도로 여성 혐오 발언을 공중파 TV 토론 자리에서 필터링 없이 인용한 이준석 후보 또한 여성 혐오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준석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과 형법상 모욕·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후보 사퇴를 촉구했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이준석 후보를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준석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 흐름에 고무돼 무리한 전략을 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만 남은 토론회”라며 “본인 지지층인 20대 남성을 공략하려다가 중도층의 반감을 산 최악의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 역시 “이번 발언으로 이준석 후보 지지층 일부가 이탈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민정혜·최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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