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전문가 20인 진단
이명박 정부 때도 선언에 그쳐..."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돼야 가능"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분할상장 규제 등
편집자주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 '코스피 레벨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예고한 데 이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박스피(박스권 코스피) 탈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목소리로 증시 부양을 외치고 있는 이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큰 틀에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세부 방법론은 조금 나뉜다. 아시아경제는 국내외 자본시장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및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총 3회에 걸쳐 한국 증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차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꿈의 숫자 5000 달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와 걸림돌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 본다.
[코스피 레벨업①]5000시대, 꿈일까 현실일까...전문가 20인 진단
[코스피 레벨업②]“새 정부, 이것만은 꼭 하라” 주가 띄우는 정책제안 살펴보니
[코스피 레벨업③-1]"日처럼 강한 밸류업 의지 필요...확실한 당근·채찍 있어야"
[코스피 레벨업③-2] 꿈의 숫자 달성, 3박자에 달렸다
------------------------------------
"아직은 이르다. 주식시장의 많은 점이 바뀌어야만 한다." "불가능하진 않으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숫자 자체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중요하다. 충분히 높은 수준까지 주가지수가 뛸 수 있다."
현재 2600선에서 횡보 중인 코스피 지수가 앞으로 5년 내 5000시대에 진입할 수 있을까. 6월 대선 공약들을 바라보는 국내외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이 상당수인 반면, 해외 투자자들이 지적해온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등에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경우 불가능하지 않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확인된다.
◆"가능성 낮다...구조적 레벨업은 가능"...전문가 20인 설문 결과 살펴보니=아시아경제가 대선을 앞두고 지난 12~21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학계,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 등 자본시장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익명 설문과 인터뷰를 병행 진행한 결과, 코스피 5000 실현이 '어렵다'는 응답은 6명(30.0%)으로 집계됐다.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답변은 2명(10.0%)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8명(40%)은 해당 문항이 익명 설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5000이 특정 후보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을 표방했고, 나머지 4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익명 설문에 참여한 A증권사 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다면 코스피 5000시대가 올 거라고 보고는 있지만, 5년 내 달성이 가능하겠냐"며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도, 국내 기업성장세도 (모두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B증권사 센터장 역시 "코스피 50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 역시 두 배가 돼야 한다"며 "단시일 내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C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들조차 사이클이 좋지 않다"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다만 상법 개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을 해소할 경우 코스피 5000시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답변들도 확인됐다. D교수는 "복리로 계산하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며 "펀더멘털한 기업 거버넌스 개선, 주주환원 등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봤다. 코스피 5000 달성이 어렵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서도 절반 가량은 차기 정권에서 코스피 지수가 구조적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E증권사 센터장은 "제도적 개선과 함께 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경제정책 뒷받침, 글로벌 환경 등 우호적 여건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관건=코스피 5000이 대선 공약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코스피가 5000까지 가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지난 대선에서도 같은 구호를 내걸고 증시 부양을 약속했었다. 단순 계산으로 코스피가 5000이 되려면 현재 대비 100% 이상 상승해야 한다. 역대 정권 중 코스피가 100% 이상 상승한 경우는 16대 노무현 대통령 때가 유일했다.
이에 따라 관건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설문과 인터뷰에서 다수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짚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기업지배구조 ▲상대적으로 낮은 주주환원 ▲늘어난 분할상장 등으로 확인된다.
홍콩 기반 자산운용사의 아시아 투자 담당인 외국인 투자자 F씨는 별도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자본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꼽았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낮은 배당, 분할상장 등을 모두 아우른다. 그는 "한국에는 좋은 기업이 많지만, (시장으로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 있다"면서 "독립적인 이사회가 자리 잡아야만 해외투자자금이 한국에 낙관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 애플이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조차 쫓아냈다가 다시 복귀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그게 이사회의 역할이다. 기업 거버넌스의 목적은 '회사 가치 극대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복상장도 해외 투자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다. 일본(4.38%), 중국(1.98%), 미국(0.35%) 등과 비교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G증권사 센터장은 "국내 기업 실적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변함이 없고, 오히려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이 이전보다는 강화되고 있지만, 대기업 중심의 분할 상장으로 주식 공급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복상장에 따른 문제점은 크게 더블 카운팅(이익 중첩 효과), 피라미드 지배구조 형성 등이다. 여기에 서학 개미,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등으로 인해 한국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점 역시 우려 사항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계에서 주로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소는 기업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안 좋고, 주주환원 정책이 미진하며, 세제(정책)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온다면 주가가 올라갈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출산에 버금가는 재앙"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