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동남아시아 지역 소버린(주권) 인공지능(AI)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 현재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사업을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동남아시아를 또 다른 AI 영토 확장의 목적지로 낙점한 것이다. 지난 3월 7년 만에 이사회로 복귀한 이 의장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본격적인 네이버의 ‘AI 굴기’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 23일자 A14면 보도
23일 네이버는 이 의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 오피스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소버린 AI 구축 및 대규모 AI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개최된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석한 젠슨 황 CEO 일정에 맞춰 네이버 경영진이 대거 대만을 찾아 회동을 진행한 것이다.
이 의장과 젠슨 황 CEO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 의장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던 지난해 6월 최 대표와 함께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CEO와 AI 중심의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김 대표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5’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소버린 AI 구축 사례와 전략에 대해 발표하는 등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이번 회동 전에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두 회사의 협업 논의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는 소버린 AI다.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한 LLM을 만들고, 데이터센터부터 최종 서비스까지 이를 기반으로 한 AI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삼아 현지 맞춤형 LLM을 만들고,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필수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식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을 위해 동남아 현지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같은 날 네이버 클라우드는 태국의 AI·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각각 보유한 LLM 구축·운영 경험과 방대한 태국어 데이터 및 GPU 인프라를 활용해 올해 말까지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국 내 수요가 높은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라인업을 확보하고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 학술 분야 등 다른 산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네이버가 소버린 AI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중동에 이어 동남아가 두 번째다. 2023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000억원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것을 발판 삼아 네이버는 이듬해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아랍어 기반 LLM 구축과 관련 서비스 개발 등을 골자로 한 MOU를 맺고 현재 관련 모델을 개발 중이다.
사우디를 시작으로 다른 중동 국가와 아프리카까지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게 네이버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사우디 현지 법인인 네이버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중동과 동남아에는 네이버의 AI 기술을 수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별도로 글로벌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는 2023년 인수한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필두로 한 커머스 사업과 현지 유망 AI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북미 지역 사업을 이끄는 전략투자부문을 만들어 김남선 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로 선임하고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는 현지 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했다. 다음달 5일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여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에는 이 의장이 참석해 100여 명의 현지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접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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