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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은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 싸우기도 한다. 배우 신시아 역시 표남경이 되기 위해 표남경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 끝에 신시아가 내린 결론은 "남경이를 믿고 가자" 였다.
최근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종영 인터뷰에서 신시아를 만나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 신시아는 전공의 1년 차 표남경으로 분했다.
신시아와 '언슬전'은 의료파업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약1년 간의 기다림 끝에 대중과 만났다. 신시아는 "기다림의 끝이 너무 행복하고 기쁘게 마무리돼 영광이었다. 사실 첫 드라마였는데 너무 따뜻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남경이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신 시청자들께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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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남경이란 캐릭터와 신시아는 얼마나 닮았을까. "꽤 있다고 생각했다"는 신시아는 "똑부러지고 싶고 야무지고 싶지만 사실 알고 보면 허당이고 눈물도 많고 정도 많다. 저도 말 안 하고 보면 깍쟁이 같아 보이는데 알면 알수록 허당이고 정도 많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표남경은 튀는 동기들 중 비교적 '평범'한 인물이었다. 신시아 역시 "남경이가 열심히 하는 인물이고 평범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시아는 "오이영(고윤정 분)은 1등하고 김사비(한예지 분)는 부모님도 의사고 엄재일(강유석 분)은 아이돌 출신이라든지 다들 비범한데 남경이는 되게 평범한 친구임에도 열심히 해서 그 자리까지 온 거다. 1등은 아니었지만 2등도 하고, 학교도 처음엔 못 가지만 재수해서 의대를 가고. 그런 부분들이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지만 잘할 수 있는 걸 물어보면 열심히 하는 걸 잘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표남경은 평범하지만 '투명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신시아는 "모든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난다. 좋을 땐 좋고 싫을 땐 싫고. 감정을 잘 내보이는 친구인 거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아 솔직한 감정에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구나 싶었다"면서 "그래서 숨기기보다는 내보이려 한 거라고 이해했다. 악의 없이 표현하려고 했다.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느끼는 걸 그대로 말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 '투명함' 때문에 환자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응급상황에서 패닉에 빠져 꼼짝 못 하기도 하던 표남경. 그러나 마지막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습으로 여운을 남겼다. "그 장면이 성장 서사에 클라이맥스이자 방점이라 생각했다. 생과 사를 모두 경험하는 과가 산부인과라 어떻게 보면 드라마 메시지가 담겼다 생각해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시아는 "환자와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슬픔의 강도가 처음에 도망가려다가 돌아왔을 때와 비교할 수도 없다 생각했다. 성장한 남경이는 눈물을 보일 수 없겠다 생각했다. 저로선 슬프고 울고 싶었지만, 표남경으로서 절제하고 누르며 표정으로만 슬픔을 표현했다. 혼자가 됐을 때 비로소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정 조절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비화도 들려줬다. 신시아는 "환자의 마지막 곁을 지키며 성가를 틀어드리는 장면에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은 대사가 없었다. 환자와 서사를 쌓아온 남경이로서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남경이라면 인사를 했을 거 같았다. 감독님과 고민해서 몇 가지 말을 해보자 해서 촬영했는데 두 가지 버전(대사 있는 버전, 없는 버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신원호 키즈'라고 말한 신시아는 "실감이 안 났다. 감독님 작가님과 일할 수 있다는 게"면서도 "신원호 감독님이 오셔서 아버지처럼 응원해주셨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전했다.
'언슬전'은 신시아 출연한 영화 '파과'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다. 실제로 촬영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파과' 속 인물과 저는 너무 다른 인물이라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이게 할까 고민했다. 두 작품 다 보신 분들은 '이 사람이 남경이라고?' 해주시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뿌듯했다"며 미소 지었다.
신시아는 '연기노트'를 작성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전에 제가 촬영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알고 싶어서 작성했던 연기노트를 봤다. '너를 믿지 말고 남경이를 믿고 가자'란 말이 있더라. 저랑 남경이랑 비슷한 부분도 많았지만 남경이가 이해가지 않아서 싸우기도 했고 저보다 남경이었던 시간도 많았다. 제가 쌓아온 전사들과 남경이를 믿고 가려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인물을 믿고 간다는 건 인물을 만들어 준 작가님과 담아주신 감독님을 믿는 것과도 같다 생각한다. 남경이가 대중에게 잘 닿은 것도 남경이를 잘 만들고 담아준 이민수 감독님과 김송희 작가님 덕분 아닐까"라고 공을 돌렸다.
이번 '언슬전'이 공개되기까지, 본의 아니게 짧은 공백기가 있었다. 신시아는 "엄청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기다림을 채우는 걸 배웠고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는 단단함을 많이 배웠다. 그러면서도 감사함도 깨달았다. 작품을 한다는 것, 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는 거 가장 필요하고 선물 같은 시간 아니었을까"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요즘 제가 제일 하는 생각이 '연기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싶었어요. '잘하는 게 사랑하고 좋아하는 걸 못 이긴다' 하잖아요. 타고난 건 없어도 사랑하고 즐기는 건 자신이 있어요. 이 마음을 잃지 않고 10~20년 가면 시청자들도 이 마음을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계획을 세우기보다 유영하듯이 오래오래 하고 싶다란 목표가 있어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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