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명동역점에서 판매 중인 건강기능식품들. 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초저가 유통 채널’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잇달아 입점하고 있다. 초창기 대한약사회의 반발이 거셌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소비자들의 강력한 니즈에 반대할 명분도, 힘도 잃었다.
최근 반려동물 건기식까지 다이소에 입점을 시작하면서, 제약사들의 다이소 입점에 물꼬가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건기식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보령이 다이소에 건기식을 입점하기로 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출시한 곳은 ‘초기 멤버’인 대웅제약과 종근당, 안국약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5곳이다.
바이오기업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지난달 자사의 웰빙라이프 뉴트리션 브랜드 ‘오브맘(Ofmom)’으로 건강기능식품 6종을 다이소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트레스, 피부건강 면역, 눈건강 등 다이소 출시 제품들은 자기 건강 예방 및 관리에 관심이 높은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보령의 자회사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리베펫’의 맞춤형 영양제 제품군인 ‘보령 리베펫 닥터’ 6종을 21일부터 전국 다이소 매장에 출시했다. 반려동물 영양제가 다이소에 공급하는 것은 보령이 처음이다.
바이오기업인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약사업계와 전통 제약사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67년 전통의 제약회사 보령은 ‘반려동물 건기식‘으로 우회 전략을 세웠다.
반려동물 영양제 ‘리베펫 닥터’ 6종. [보령컨슈머헬스케어 제공]
아직 약사업계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지만, 다이소에 건기식을 입점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이소 건기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제약사들은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건기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은 6조440억원 규모로 집계로, 2030년에는 2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고령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건기식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층이 확장됐다.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가 트랜드로 떠올랐다. 이미 젊은 세대는 이미 해외직구로 건기식을 구매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렇게 건기식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약사회의 반발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결국 공정위가 나서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다이소에 입점했던 일양약품이 약사회 면담 후 입점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약사회가 압력을 행사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정위는 약사회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는 약사회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다이소 매장에 초저가 냉감의류 ‘이지쿨’ 상품이 진열돼있다. [뉴시스]
건기식은 약사법이 아닌, 별도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적용받는다. 온라인 구매에 능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은 확대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대형마트나 올리브영 등 한국형 드럭스토어에서 건기식을 산다. 유독 ‘다이소 판매’만 막을 방법은 없다.
공정위의 등판으로 약사회의 반발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다이소에 건기식을 입점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최근 GS25, CU 등 편의점도 건기식 판매를 준비하면서 유통 채널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 다이소 건기식 시장을 확보하려는 여타 제약회사들도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소비자 접근성을 가진 다이소와 건기식 제품 라인이 있는 제약회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며 “소비자들의 반발이 공정위를 움직이면서 이미 흐름은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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