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수사기관·사법 개혁
이재명, 검찰 공소청·중수청 분리
공수처 강화·영장청구 독점 폐지
여러 수사기관 경쟁 시 혼선 우려
김문수, 수사권 조정 원상복구
대공수사권도 국정원에 ‘환원’
정치검찰 개혁 여론에 역행 한계
6·3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 시기 진행된 검찰 수사권 축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저마다 수사기관 개혁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와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수처를 폐지하고 공수처 수사권을 검찰·경찰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공수처 폐지를,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수처 강화를 약속했다. 주요 후보들이 공수처 등과 관련해 정반대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수처는 새 정부에서 제 기능을 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을지 사라질지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중 두 번째인 ‘내란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으로 민주주의 강국 만들기’의 이행 방법으로 ‘검찰개혁 완성’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수사권 조정을 시행했는데, 이를 이어받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작업을 마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기소를 전제하고 무리한 수사를 남발한다는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5일 ‘사람사는재단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기소하기 위해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권한을 모두 갖는 현 검찰청을 두 개로 쪼개,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부패·경제범죄 등을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후보는 여기에 더해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강화해 중수청을 포함한 수사기관들이 서로 견제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후보는 “수사기관끼리도 서로 견제해야 한다”며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공수처에) 검사가 너무 없다”고 했다. 권영국 후보도 공수처 강화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개헌 구상을 밝히며 “적법한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사기관끼리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현재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았을 때만 파면되는데,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 절차만으로 파면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검찰총장, 공수처장, 경찰청장 등 “중립성이 필수적인 수사기관의 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헌법 개정 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은 ‘검찰독점체제’를 깨뜨리려는 것이지만, 앞선 검찰개혁의 공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선행됐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 이후 대두된 ‘사건 처리 지연’ 문제가 심화하고 중대범죄 수사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수사기관이 경쟁하면서 수사권을 남용했을 때 발생할 혼선과 인권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 당시 기관 간 수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서 12·3 불법계엄 수사 과정에서 검찰·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이를 빌미 삼아 구속 취소를 주장했고,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가 석방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오선희 변호사는 “검찰의 힘을 축소하는 방향이 맞다 하더라도 정교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며 “공소청은 ‘나 몰라라’ 하고 수사기관은 뭉개면 결국 다수의 민생사건에서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문재인 정부 수사권 조정의 폐해를 지적하며 원상복구를 약속했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 중 아홉 번째 ‘특권을 끊는 정부, 신뢰를 세우는 나라’의 이행 방법으로 ‘공수처 폐지’를 내걸었다.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사법체계 혼란을 해소하고, 공수처 수사권은 검찰·경찰에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도 공수처 폐지를 공약했다. 김 후보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로 넘어간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으로 환원해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앞서 시민 다수가 ‘정치검찰’의 폐해를 지적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검찰 견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힘입어 2021년 출범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또한 민주화 이후에도 정보기관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하는 등 폐해가 해결되지 않아 이뤄진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이 막강한 권한을 남용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출범했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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