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화웨이 빠른 기술 혁신, 잊어선 안 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의 수출 통제는 잘못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CEO는 21일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자사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미 정부 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현재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석 중이다.
황 CEO는 “4년 전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 엔비디아의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지만 지금은 50%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낮은 사양의 제품만 팔아야 했기 때문에 평균판매단가(ASP)도 떨어졌고 수익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이후 고성능 칩 H100의 저사양 버전인 H20을 만들어 중국 시장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H20마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중국 수출 길이 막혔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가 떠안은 손실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170억달러(약 23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13%에 해당한다.
황 CEO는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이며, 내년 AI 시장 전체가 50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일 것”이라면서 “이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엄청난 기회이며 놓치기 아깝다”고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황 CEO는 “화웨이가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가 중국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미국 정부가 ‘현장의 진실’을 듣고 우리가 다시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H20의 저사양 버전을 중국에 출시한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일축하기도 했다. 황 CEO는 “더 이상 추가로 성능을 낮출 방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쓸모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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