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은 주로 소속 정당이나 교육부가 추진해온 기존 정책을 계승·확장하는 방향으로 교육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공약이 표심을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소극적으로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들이 학령인구감소 등 산적한 교육계 현안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주요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보면, 양당 후보의 교육정책 중 주목도가 높은 공약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더불어민주당)와 ‘서울대-지역 거점대 공동학위제 활성화’(국민의힘) 정도다. 두 정책은 20여년 전 참여정부 때부터 꾸준히 논의된 정책이다.
다른 정책들도 기존 정책과 겹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8개의 교육 공약을 제시하며 기초학력 강화, 시민교육과 직업교육 강화, 정서 위기 학생 지원 등을 내세웠다. 이 후보의 기초학력 공약 중 지역자기주도학습센터 설치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 소도시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사업과 이름이 같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교육 공약으로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에듀테크 교육 도입,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완화 등을 제시했다. 유치원-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은 현 정부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다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책 추진이 더딘 상황이다.
후보들은 논쟁적인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2028 대입 개편안과 맞물리며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고교학점제를 계승하겠다고만 했다. 이 후보는 AI 교과서 등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 정책을 이어받을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교육계에서 관심이 큰 교원의 근무시간 외 정치 활동 보장(이 후보)이나 교육감 직선제 폐지(김 후보)를 내놨지만 교육계를 둘러싼 정치제도에 관한 공약에 가깝다.
후보들이 논쟁적인 교육 공약을 제시하지 않으려 하는 배경에는 ‘교육 공약은 잘못 내면 긁어 부스럼’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정책은 교원·학부모·학생 등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부딪힌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교육 공약은 이해관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파급력이 강해 선거 때 새로운 의제가 등장한 적이 드물었다”고 했다. 일례로 민주당은 초등학생이 모두 오후 3시에 하교하도록 하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교원단체의 반발이 쏟아지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 이슈가 교육 정책만으로 풀기 어려운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입시와 사교육 문제는 대학 서열화, 노동 시장 양극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겹치다 보니 하나의 교육 정책만으론 해결되기 어렵다. 후보들도 자칫 역풍을 맞을 공약을 내기보단 원론적 접근을 택한다. 사교육 정책으로 이 후보는 영유아 사교육 해소, 김 후보는 ‘K-런(Learn)’을 통한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 해소를 내세웠지만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따라붙는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대외정책실장은 “초중등 정책은 대부분 입시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최근 대선에선 주로 고등교육에 치중한 교육 정책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감소, 세수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 등 당면한 현안을 대선후보들이 외면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의 쟁점 회피는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교위 정상화 추진(이 후보)은 공약으로 제시됐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후보들의 교육 철학, 지향점이 무엇인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다 보니 교육 비전을 보고 투표를 하기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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