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폰의 침 부분을 땅에 꽂으면 진동을 측정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 내부에 오랫동안 쌓인 힘이 한계를 넘으면 지하 깊은 곳의 암석이 끊어지거나 서로 미끄러지면서 단층이 생겨요. 이때 쌓인 힘이 한꺼번에 에너지로 방출되면서 지진이 일어납니다.
방출된 에너지가 땅을 따라 퍼져 나가는 파동을 지진파라고 합니다.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달하면 땅이 흔들리면서 진동을 느끼게 돼요. 지진계로 지진파를 측정해서 분석하면 지진이 일어난 위치, 깊이, 세기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지진계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지진계에선 무거운 추에 펜을 달고 종이에 지면의 진동을 그려요. 지면이 진동하면 무거운 추는 가만히 있고 종이만 흔들려서 지그재그 모양의 지진파가 그려집니다.
지진파 중 지면에 먼저 도착하는 P파가 먼저 나중에 도착하는 S파가 그 후에 기록됩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진동은 수직 지진계, 양옆으로 흔들리는 진동은 수평 지진계로 측정합니다.
오늘날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지진계는 자석과 코일을 이용해 지진파를 전자 신호로 바꾸어 측정합니다.
지면이 흔들리면 지진계 안에 있는 자석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자석의 힘이 미치는 영역인 자기장이 변화합니다. 그러면 자석 주위에 감긴 가느다란 전선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것을 전자기 유도 현상이라고 합니다. 지진이 클수록 자석이 더 많이 흔들리고 전류도 더 세게 흐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류는 지진계에 연결된 컴퓨터가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저장합니다. 디지털 지진계는 하나의 기기로 수직과 수평 방향 진동을 모두 측정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지진파를 통해 땅의 흔들림 정도인 진폭과 지진이 처음 발생한 곳까지의 거리를 분석한 후 지진의 세기를 규모와 진도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규모는 지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진도는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멀어질수록 진도가 작아집니다.
① 지면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지오폰, ②지오폰으로 피들러 게 수컷이 일으키는 진동을 측정하는 모습, ③ 연구 대상이 된 피들러 게 수컷의 신체를 측정하는 모습. Hannes Grobe(W), Tom Mulder, Ellen Morley 제공
● 집게발로 땅 두드리면? 진동이 둥둥!
황금두더지나 캥거루쥐 등 몇몇 동물은 땅에 머리를 치거나 발을 굴러서 생긴 진동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피들러 게도 수컷이 커다란 한쪽 집게발로 땅을 두드려서 암컷을 부른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 10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피들러 게 수컷이 땅에 진동을 일으켜 암컷에게 구애하는 행동을 처음으로 자연에서 살펴보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포르투갈 해안가에 사는 수컷 피들러 게 50마리 앞에 암컷 피들러 게를 데려다 놓고 구애 행동을 유도했어요. 소음과 바람의 방해를 받는 자연 환경에서 게가 일으키는 미세한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지면에는 지오폰 여러 대를 꽂아 두었습니다.
지오폰은 디지털 지진계와 같은 원리를 사용해서 지면의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기록하는 장비입니다. 지진계를 설치하기 힘든 야외에서 지면의 진동을 측정할 때 사용합니다.
피들러 게 수컷은 먼저 집게발을 위아래로 흔들어 암컷의 주의를 끌었어요. 암컷이 관심을 보이자 자기 몸을 땅에 부딪히거나 집게발로 몸을 툭툭 쳐서 진동을 일으켰습니다. 마침내 암컷 게가 자신이 사는 굴 가까이 다가왔을 땐 굴 속에 쏙 들어가서 집게발로 무언가를 두드려 아주 강한 진동을 만들어 냈습니다.
연구팀은 약 8000건 이상의 구애 행동과 진동 신호를 분석한 끝에 수컷 게들이 암컷이 가까이 올수록 더 큰 진동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또 구애를 마친 수컷 게들의 신체 부위별 크기를 측정했어요. 이를 통해 집게발이 큰 수컷일수록 더 큰 진동을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큰 집게발을 가진 게는 전체적인 체격이 클 가능성이 높아요. 암컷 게는 수컷 게가 만든 진동을 통해 건장한 수컷인지 아닌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베스 모티머 옥스포드대 박사는 “큰 집게발을 가진 수컷은 자연 환경에서 멀리 있는 암컷에게 효과적으로 진동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암컷은 큰 수컷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 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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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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