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ICT 지원
규제 앞서 '육성' 중심 정책 시급
과실연, 디지털혁신부 신설 제언
스타트업도 "산업 활성화가 우선"
온라인플랫폼법은 사전규제 우려
"글로벌 빅테크와 역차별" 목소리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진흥'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인공지능(AI)은 물론 플랫폼, 통신, 게임 등 규제가 아닌 육성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목소리다. 특히 AI는 국가기간기술로 부상한 만큼 업계는 차기 정부가 정부 조직, 법·제도, 인프라 전략 전반의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진화 속도에 비해 제도·조직·투자 모두 뒤처진 현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AI는 속도전…전담부처 신설해야"
AI 부문에서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은 정부 조직체계 개편이다.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은 6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를 향한 과학기술·AI 정책 제언으로 AI 전담 부처인 'AI디지털혁신부'와 예산 기획권을 가진 대통령실 AI수석 신설을 제안했다. 외교와 안보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장관급 부처와 대통령실 산하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복된 AI 정책 연구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AI정책연구소 설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ICT 유관협·단체 7곳이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도 최근 공개한 정책제안서에서 'AI디지털혁신부'(가칭) 등 AI와 디지털 산업을 총괄하는 독립부처 신설을 제시했다. 디경연은 "AI 관련 전체 가치사슬(인프라·개발·활용)에서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 미국, 중국뿐이다.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AI 선두그룹을 향한 전략적 핀셋지원, AI인재 병역특례 확대 등 인재 확보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경연은 또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데이터 확보를 위한 규제완화, 인재 양성과 AI 기반 플랫폼에 대한 투자 확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과실연 역시 AI G3 도약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확보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고성능 AI 반도체 확보량을 5년 내 50만장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기본법'의 방향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이 진흥보다는 규제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규제 내용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산업의 생명력을 오히려 꺾을 수 있다는 업계 우려는 크다. 한국인공지능(AI)법학회는 AI 전문가 65명이 참여한 'AI기본법 개정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적용범위, 의무사항, 제재 합리화' 등 개정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같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가 아니라 육성과 자율, 산업 활성화를 중심으로 틀을 짜야 할 시점"이라며 "차기 정부는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온플법·지도 반출, 차기 정부 손에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일명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서도 '진흥' 중심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네이버·카카오 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잠재적 규제 대상으로 묶이는 이 법은 사전규제 등의 우려로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큰 상황에서 업계와 학계는 해외 빅테크는 피해가고 국내 업체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한국의 고정밀지도 데이터(1대 5000)의 해외반출 문제는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현 정부는 오는 8월 새 정부에서 관련해 결론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반출 요청이 불허된 바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데이터 주권, 안보 위협이다. 업계는 지도 데이터 반출이 장기적으로 국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국가가 오랜 기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고정밀 지도를 해외기업에 넘겨줄 경우 향후 자율주행·디지털트윈·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산업 경쟁력도 해외에 종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로 대한민국의 플랫폼 사업이 사라질 우려가 있고, 그에 따른 세수와 고용 상실 우려 등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국부유출을 방지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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