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쟁점별 후보 정책 비교·분석] (5)기후 위기
국민 3명 중 1명 기후민주시민
방송 토론 공식 주제 첫 채택
"후보 인식은 못 따라가" 평가
이재명 "산업 구조 탈탄소화"
김문수 재난 대응 일부 언급
이준석 공약집에 내용 전무
권영국 '기후에너지부' 신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민주노동당, 이렇게 4개 정당 소속 21대 대통령선거 출마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정책 공약을 보면, '기후 위기·에너지전환' 의제를 10대 공약 중 한 꼭지로 채택한 대선 후보는 두 명에 불과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다. 이 후보는 관련 의제를 10대 공약 가운데 맨 끝에 뒀고, 권 후보는 다섯 번째로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1997년 대선후보 TV 토론회 도입 후 처음으로 이번에 '기후 위기'를 공식 토론 주제로 정한 바 있다. '기후 민주시민' 비중이 국민 3명 중 1명꼴이라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오는 현실에서, 대선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국민의 기후 위기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산업 구조 탈탄소 전환' = 이재명 후보는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구조 탈탄소 전환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라며 가장 먼저 제시한 이행 방안은 선진국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달성·2035년 이후 감축 목표 수립 △중간 감축 목표치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 △2028년 제3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가속화도 약속했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와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이 소득으로 돌려받는 햇빛·바람 연금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이행 방안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탄소 중립 산업 전환으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해 20GW 규모 남서해안 해상 풍력 전력망을 구축하고, 전국에 RE100(최소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을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는 캠페인) 산업단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을 내세우며 그 실현 방안으로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및 고용전환과 신산업 역량 개발 지원'을 제시했다.
다만 관련 공약을 두고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는 못 박지 않았다. 또한 이 후보는 외연 확장을 노리며 탈원전에는 선을 긋고 있어 환경단체 비판을 사고 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 추진을 언급했다.
◇김문수·이준석 역행 혹은 뒷전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에 기후 관련 공약을 중점적으로 담지 않았다. 그가 낸 A4 24쪽 분량 공약집을 보면, 자료 안에서 '기후'라는 단어는 7차례 등장한다.
김 후보는 '재난에 강한 나라,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구호로 내세웠는데, 관련 공약 이행 방안 중 하나로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농식품부·산업부·해수부 등 관련 정부 기관과 기후재난 통합조정권 기능 조정 등을 하겠다는 취지다.
복합·대형화하는 재난 대응력 강화와 사전 대비 중심으로 전환해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기후 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둔 내용과는 거리 멀다.
김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대신 인공지능(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건설·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 건설과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를 강조했다. AI 산업에 충분한 에너지 공급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여 원전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2쪽 분량 10대 공약집에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기후 문제와 에너지전환 정책은 커녕, 환경부를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와 합쳐 '건설교통부'로 통합하는 정부 조직 개편·축소(19부처→13부처) 공약을 내 놨다.
이번 대선 기후 위기 공약은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개최한 '기후재난과 민주주의 위기, 생명돌봄의 정치가 필요하다'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권영국 '기후에너지 부처 신설'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후 위기 문제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권 후보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10대 공약 가운데 다섯 번째 공약이다. 자료를 보면 권 후보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률 목표(NDC)를 70%로 상향했다. 그 뒤 감축 달성 수치를 5년 단위(2040년 85%, 2045년 95%, 2050년 100%)로 설정·이행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 탄소 중립 기본계획을 재검토해 기후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권 후보는 2035년까지 탈석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60% 달성도 공언했다. 이행 방안으로는 △2030년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투자 금지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폐지 △한전 발전 자회사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 후 광역 단위 지역에너지 전환 공사 설치 △1가구 1태양광 시대 실현(공동주택·농어촌 태양광 무상 설치·배터리 지원) △건물 옥상·지붕·고속도로·철도 등 유휴 터 태양광 시설 우선 설치를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 신설도 내걸었다. 기후·에너지·산업을 다루는 '기후에너지부'다. 더불어 이해 당사자 참여를 확대한 대통령 직속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설치와 국회 상설 기후경제위원회 설치,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 연구기관 설립도 공약했다.
권 후보는 공약집에서 핵 중심 에너지 정책 폐기 의사도 밝혔다. 탈핵기본법제정으로 2040년 탈핵을 달성하겠는 것이다. 설계 수명이 만료된 핵발전소는 수명연장을 금지해 폐쇄하고 원자력진흥법을 폐지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 원천적 방지, 그리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투자비를 재생에너지·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투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이 밖에 전국 공항과 케이블카 신설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 파괴 유발 토건 사업·난개발 전면 중지를 비롯해 △매년 경제 규모 4% 녹색 투자 추진 등도 담았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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