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극과 맞물리도록 전해질 분자 설계…계면 반응 최적화
에너지 밀도 82.3Wh/kg 달성…자가방전 억제 효과 확인
a) 바이올로젠의 치환기 변화에 따른 셀 성능 변화 모식도, b) 1-3 nm 크기의 기공 내에서 BV의 흡착 및 확산 경향, c) 0.8 nm 이하의 미세기공에서 BV와 기공 간 매칭을 통한 자가방전 억제 메커니즘. ⓒ광주과학기술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유승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분자의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레독스 슈퍼커패시터(Redox EC)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기 레독스 분자의 크기를 옹스트롬(Å) 단위까지 정밀하게 설계해 다공성 탄소 전극과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자가방전이 적으며, 긴 수명까지 갖춘 고성능 수계(水系)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슈퍼커패시터는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수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는 전해질에 녹아 있는 레독스 활성물질이 전자를 주고받으며 추가적인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기술이다.
그러나 활성물질이 전해질 내에서 자유롭게 확산되면서 자가방전이 발생하고, 고가의 이온교환막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물질 분자의 크기를 다공성 탄소 전극의 미세한 기공 구조에 맞춰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별도의 이온교환막 없이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있다. 기존에는 전극의 기공 크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면 반응을 조절했지만, 이 방법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전극 구조를 바꾸기보다, 전해질 내 분자 크기를 조절해 계면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조의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한 ‘바이올로젠(viologen)’ 유도체를 다양한 형태로 합성한 뒤, 이를 전극 구조에 정확히 맞도록 조정했다.
실험 결과, 1.4V 기준 82.3Wh/kg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 1만번 충·방전 후에도 초기 성능의 95% 이상을 유지하는 뛰어난 내구성을 확인했다. 충전 후 6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에너지의 88.4%가 남아 있어 자가방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질이 전극 내부 깊숙한 부분까지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진공/질소 압력 순환 침지법’이라는 새로운 주입 기술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활성물질의 흡착량이 2배 이상 늘었고, 전극 계면에서의 반응 효율도 극대화됐다.
유승준 교수는 “분자 크기를 옹스트롬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해 전극의 미세기공 구조와 완벽하게 맞물리는 최적의 전해질-전극 조합을 구현했다”며 “이번 연구는 레독스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원리를 새롭게 규명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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