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공약검증] 〈3〉 첨단산업
李 “퇴직연금 등 벤처투자 허용-확대”… 金 “예산 지출 5% 이상 R&D에 쓸것”
연기금 투자-예산 마련 현실성 논란
金 “고소득 전문직에 주52시간 예외”… 李는 “탄력근로제 등 확대가 유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주말 새 각각 첨단산업 관련 공약을 내놓고 정책 대결에 나섰다. 첨단·벤처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방법론에선 이 후보는 국가 차원의 정책 투자에, 김 후보는 규제 혁파에 각각 방점을 뒀다.
반도체산업 분야 등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 김 후보는 적극 추진 의지를 밝힌 반면에 이 후보는 유보적 입장이다.
● 李 “벤처 투자 40조 원” 金 “규제혁신처 신설”
이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40조 원 규모의 벤처 투자시장을 창출하겠다.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존속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벤처 투자 증대책으로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를 허용하고, 연기금 투자 풀의 벤처 투자도 확대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연기금 투자 풀이란 정부에서 연기금의 여유 자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투자체계를 가리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과 연기금을 고위험 투자처인 벤처 업계에 투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과 연기금은 특히 신중하게 운용돼야 한다. 벤처 육성이 필요한 건 맞지만 다른 재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한민국 경제 족쇄를 푸는 ‘경제 판갈이’를 확실하게 해내겠다. 핵심은 규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상시 관리 감독 혁파하는 규제혁신처를 신설하고, ‘자유경제혁신기본법’을 제정해 신산업에 있어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가 우리나라에만 적용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연구개발(R&D) 분야 국가 투자 면에서 김 후보는 △국가 예산 지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 예산을 5년 내에 10조 원 규모로 확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등을 공약했다.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실제 예산 규모가 그렇게 나올 수 있는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발표된 것인지 궁금하다”며 “예산을 늘리겠다는 ‘수월성’만 붙들고 갈 것이 아니고 다양한 싹을 키워내겠다는 ‘다양성’ 원칙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주 52시간제 완화 두고는 구상 엇갈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할지에 대해선 두 후보 입장이 명확히 갈렸다. 김 후보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고,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등 산업별 맞춤형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근로자가 원하는 만큼 집중해서 일하고 쉴 수 있도록 주 52시간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유보적이다. 그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 “기존 제도를 늘리는 게 더 유리하다. 탄력근로제나 변형근로를 하면 되는데 쓸데없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보다 현재 3개월까지 허용되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등 현행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중요성이 커진 에너지 수급 전략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을 적절히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에너지 믹스’를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전력망 구축 역시 각각 “에너지 고속도로”(이 후보)와 “촘촘한 에너지도로망”(김 후보)을 주장하며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김 후보가 “원전 생태계는 확실하게 복원하고 활성화하겠다”며 원전 확대에 특히 방점을 둔 반면에 이 후보는 “햇빛·바람 연금을 전국으로 확산해 주민 소득을 늘리겠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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