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H, NSF 국제 협력 예산 줄줄이 삭감
유 장관 “공동 연구에 지장 우려, 협력 방안 논의”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들어 미국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그 여파가 국제 협력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미 협력의 향방을 직접 점검하러 나선다.
지난 9일 과기정통부는 유상임 장관이 오는 14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과 에너지부 부장관 등 고위 인사를 만나 한미 과학 협력 유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R&D 예산 삭감으로 공동 연구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협력에 대한 우려는 미 정부의 구체적인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커지고 있다. 백악관이 최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미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의 예산은 각각 올해 대비 40%, 55% 삭감될 예정이다.
NIH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물의학 연구 공공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고, NSF 역시 국제 협력 연구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예산 삭감은 국제 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NIH는 자국 연구자들이 해외 공동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해외 하위 연구비의 신규 승인을 오는 9월 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하위 연구비는 소아암, 말라리아, 결핵 등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국제 공동 연구의 핵심 자금으로, 전 세계 연구자들과 협업의 기반이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NIH는 지난 회계연도에만 3600건 이상의 해외 하위 연구비를 승인하며 약 4억 달러(약 5600억원)를 지원했다. 한국도 다양한 분야에서 NIH의 지원을 받아온 만큼 이번 발표의 파장이 적지 않다.
NSF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NSF는 이미 1조 원 규모에 달하는 보조금 1000여 건의 지원을 중단했고, 향후 연구 지원은 기관 우선순위에 따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미국과의 공동 프로젝트 지속 여부에 불확실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R&D 효율화로 인한 예산 삭감에 민감국가 이슈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아직 눈에 띄는 영향은 없지만 예산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현장 우려도 적지 않아, 미국 측에 공고한 협력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협력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관계자는 “정부가 협력 의지를 보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국이 실질적 필요를 느끼는 분야를 정밀하게 파고들어 협력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처럼 다국적 연합체에 적극 참여해 역할을 확보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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