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입법영향평가로 정책 점검…산업 이해도·정책 실효성 높여
'청부 입법' 관행·실적 위한 과잉 입법 지양해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8일 서울 양재동 협회 대회의실에서 '디지털을 담지 못한 디지털 입법'을 주제로 제92회 굿인터넷클럽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디지털 산업 관련 정책을 만들 때 법안이 미칠 효과를 전문가가 평가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 변화 속도에 발맞추고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면 법안의 효과를 진단하는 충분한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8일 서울 양재동 협회 대회의실에서 '디지털을 담지 못한 디지털 입법'을 주제로 제92회 굿인터넷클럽 좌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이른바 '청부 입법' 관행과 정치적 효과를 노린 과잉 입법이 디지털 산업 입법 과정의 구조적 문제로 꼽혔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주도의 자율규제 체제 아래서는 10개 이상의 플랫폼 산업 규제가 정부안을 의원실에서 발의한 '청부 입법'이었다"며 "법안 내용이 유사하면서도 규제하는 이들, 부처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입법자들의 실적 경쟁 주의가 작동하면서 과잉 입법이나 규제 폭주가 나타난다"며 "의원들은 법안 통과 건수나 대표 발의 건수로 실적을 평가받기 때문에 유사한 법안을 반복적으로 발의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재정이나 영향력 확보를 위한 부처 간 관할권 경쟁, 포퓰리즘을 노린 입법 행태 역시 합리적인 의견이 입법 과정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대안으로는 사전 입법 영향평가를 도입하고 제도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전 입법 영향평가는 국회가 발의한 법안이 실제로 산업에 미치는 효과와 한계를 미리 진단하는 제도다. 입법 단계에서 법안 내용이 사회·경제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하는 절차다.
최은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현재 입법조사처에서 사후 입법 영향평가를 일부 실행하고 있지만 사후 평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는)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회조사처(EPRS)에서는 사전 입법 영향평가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며 "의원의 발의 내용을 사전 평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이런 평가 과정을 국내 제도에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입법 영향평가를 도입하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하는 방향의 절충안도 제시됐다.
선 교수는 "의회 주도의 입법을 행정부가 평가하면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하지만, 적어도 행정부가 발의한 입법안은 심도 있는 사전 평가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부 입법 관행이 늘어난 이유는 그런 부처들이 사전 입법 영향평가를 피하고 싶어서 의원을 통한 입법으로 우회하는 것"이라며 "이런 관행을 강력히 제한해 정부의 입법이라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규제 체계의 정합성을 강화하고 자율규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대안도 나왔다.
선 교수는 "유럽연합(EU)은 집행위원회에 규제통제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적으로 입법 영향평가를 수행하도록 한다"며 "유럽의 입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인 평가와 심도 있는 이해 당사자 의견 수렴 절차는 우리도 참고해 볼 법하다"고 말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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