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기후 변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해 9월 20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카푸루 인근의 아마존강 최대 지류 중 하나인 솔리모스강에서 가뭄으로 드러난 모래톱 위에서 항의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1990년 이후 지구 온난화의 3분의 2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가 초래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독일 훔볼트대,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난 1990년 이후 불평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저개발국이나 저소득층처럼 취약한 커뮤니티에 피해가 더 돌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저개발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적지만 폭풍과 홍수처럼 극심한 기상 현상을 더 자주 겪는다. 반면 부유한 국가나 개인은 탄소 발자국이 더 크다. 탄소발자국이란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 소비·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각국의 다양한 소득 계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고 지구 평균 기온과 이들이 극도로 덥고 건조한 달을 유발한 정도를 평가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중국의 소득 상위 10%, 1%, 0.1%가 국내 소비, 공공과 민간 투자, 무역에서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한 기온을 유발한 확률과 빈도 변화를 분석했다.
2020년 지구 평균 기온은 1990년보다 0.61도 높았다. 연구진은 이런 증가분의 약 65%가 세계 상위 10%의 배출량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더욱 부유한 집단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했는데, 가장 부유한 1%는 지구 온난화의 20%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부유한 0.1%는 8%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1%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극심한 더위 증가에 이바지한 정도가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보다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보다 아마존의 가뭄에 17배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의 상위 10% 부유층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취약 지역에서 발생한 극한 기온이 2~3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남미 아마존과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처럼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열대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인도의 소득 상위 1%와 10%(왼쪽)가 각각 특정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극한 기온 발생 횟수의 중간값. 막대 폭이 넓을수록 특정 배출국 그룹에 기인하는 기상 현상이 더 많음을 나타낸다. 막대 안의 값은 100년 동안 발생한 추가 기상 현상 발생 횟수를 나타낸다. /네이처 기후변화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소득에 바탕을 둔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정의의 연관성을 조명하고 부유층 소비가 극심한 기상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IIASA의 통합 기후 영향 연구 그룹을 이끄는 칼 프리드리히 슐로이스너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만에 하나 모든 사람이 전 세계 소득 하위 50%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세계는 1990년 이후 온난화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기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효과적인 기후 행동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 상위 1%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기온이 6.7도가 상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라 쇤가르트 취리히 연방공대 연구원은 “극심한 기후변화가 단순한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가 아니라 생활 방식, 투자 선택과 관련이 있고 결과적으로 부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부유한 배출자들이 기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들의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소득층의 금융 흐름을 타겟팅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온실가스 배출자에게 비용을 내게 하는 것은 취약 국가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출량에 맞춰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정의롭고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슐로이스너 교수는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의 책임을 다루지 않으면 기후 피해를 줄이는 데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limate Change(2025), https://doi.org/10.1038/s41558-025-0232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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