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무대 ‘첫 도전’ 18세 임종언쇼트트랙 국가대표 임종언이 7일 스케이트를 들고 섰다. 고교생인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1위에 오르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장련성 기자
한국 쇼트트랙에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지난달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 세계 랭킹 1위 박지원(29),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26) 등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성인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고교생이 전체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쇼트트랙 최강국인 한국의 대표 선발전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이번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걸려 있었다.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은 서울 노원고 3학년 임종언(18). 7일 만난 그는 “시상대에 섰을 때도 내가 1위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학교에 돌아가서 친구와 선생님들이 사인해 달라고 해서 그제야 국가대표가 된 게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임종언은 이번 대표 선발전이 성인 무대에서 나선 첫 대회였다. 그는 “5위 안에 들어서 올림픽에 계주 멤버로라도 나가자는 목표였는데, 1위를 할 줄 상상도 못 햇다”고 했다. 겸손과 달리 임종언은 주니어 세계 무대를 호령한 정상급 선수다. 올해 초 열린 캘거리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0m·1500m와 3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휩쓸었다. 작년 그단스크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금2, 은2, 동1 등 메달 5개를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에 입문한 건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처음엔 취미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다가 빙판으로 넘어왔다. 금세 두각을 보여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 큰 부상을 겪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훈련 중 넘어지면서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허벅지를 찍혔다.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다. 중2 땐 시합 중 넘어지면서 펜스에 부딪혀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재활 후 빙판에 돌아오기까지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왼쪽 발목 골절상을 당해 6개월을 더 쉬어야 했다. 임종언은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쇼트트랙을 다시 잘하려면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체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남들은 보통 ‘13주’(13바퀴를 도는 1500m를 한 번 타는 것을 뜻하는 말)를 2~3번 연달아 타면 지치지만, 나는 다섯 번이고 열 번이고 탈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일찌감치 선두에 나서서 레이스를 이끄는 전략, 후미에 있다가 막판에 치고 올라오는 전략 모두 가능해서 상대가 전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강한 체력의 비결은 러닝 훈련이다. 한 번 뛸 때 기본 10㎞ 이상은 달린다. 그는 “5㎞ 정도는 뛰어도 힘들지도 않다. 10㎞는 뛰어야 숨이 조금 찬다”고 했다.
임종언은 대표 선발전을 마친 뒤 모처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도 즐기고, 좋아하는 떡볶이도 많이 먹었다. 처음으로 친구끼리 일본 후쿠오카로 3박 4일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시즌 중엔 이렇게 쉴 기회가 없다”며 “간만에 편한 마음으로 휴식을 즐겼다”고 했다. 달콤함도 잠시. 이달 말 국가대표 첫 소집 훈련을 위해 진천선수촌에 입촌한다. 임종언은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돼서 부담감도 있지만, 당당히 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했다.지난달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부 1000m 준결승에서 노원고 임종언(오른쪽 두번째)이 역주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경쟁할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의 경기 영상을 자주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단지누는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끄는 힘이 강하고 린샤오쥔은 빠른 속도로 추월하는 능력이 좋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들을 상대할 내 작전은 올림픽 때까지 비밀”이라면서 웃었다. 특히 린샤오쥔과 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린샤오쥔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대표 꿈을 키웠기 때문. “우상 같은 존재이지만, 빙판 위에서 만나면 주눅 들지 않고 상대하겠다”며 “밀라노에서 주력 종목인 1500m와 계주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임종언의 눈은 이미 밀라노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김동성, 안현수(빅토르 안)처럼 ‘쇼트트랙’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 같은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선 내년 동계 올림픽에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좋은 결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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