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6편 주 4.5일제 
양당 후보가 띄운 주 4.5일제
공약 분석 전 따져볼 이슈들
우리는 얼마나 오래 일하나 
오래 일하면 생산성 오르나 
그래서 국민은 행복해졌나

#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일제히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놨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임금 감소 없는 실질적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한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유연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 그런데 주 4.5일제 공약을 검증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오래'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느냐다. 더스쿠프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6편 주 4.5일제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38개 회원국 중 6번째로 길다.[사진｜연합뉴스]

'주 4.5일제'가 6·3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포문을 연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다.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확대해 2030년까지 근로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기업과 타협해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로 가야 한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생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주 4.5일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행 주 40시간인 총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월~목요일은 1시간씩 더 일할 경우 금요일엔 4시간만 일하는 주 4.5일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주 4.5일제 등 노동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18일 열린 첫 대선후보 토론에서 한 발언으로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기업에 모두 떠넘기겠다는 건지… '어떻게'가 빠진 말만 하는 사람은 사이비종교처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주 4.5일제는 3명의 후보 생각이 모두 다를 만큼 많은 쟁점을 담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기업과 노동자의 생각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주 4.5일제 공약을 논쟁하기 전에 이런 공약이 나온 배경과 함의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 논쟁➊ 근로시간 = 사실 '주 4.5일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가장 먼저 주장한 건 조정훈 국민의힘(당시 시대전환) 의원이다. 조정훈 의원은 2020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주 4일제' 도입을 꺼내들었다.

"현행 주 5일제는 100년 전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주 32시간으로 조정해 일하는 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여 주 4.5일제를 도입한다'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조정훈 의원의 당시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이처럼 5년 전부터 꾸준히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이 세계 12위(2025년 명목 GDP 기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장시간 근로국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1742시간)보다 130시간(7.4%) 길다.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2207시간), 코스타리카(2171시간), 칠레(1953시간), 그리스(1987시간), 이스라엘(1880시간)뿐이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한경협)는 지난해 2월 "한국은 더 이상 장시간 근로국가가 아니다"는 내용의 보고서(장시간 근로자 비중 현황 및 추이 국제 비교)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자(주 50·60시간 이상)' 비중은 각각 10.3%, 2.7%로 OECD 회원국 평균(10.2%·3.8%)과 비슷하거나 되레 낮다." 하지만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경총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한다. 주 50시간~60시간씩 극단적인 장시간 근로를 하는 이들의 비중이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언급했듯 한국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세계적으로도 길기 때문이다.

■ 논쟁➋ 노동생산성 = 중요한 건 지금처럼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게 '노동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다. 이 역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9달러(이하 2023년 기준)로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미국(83.62달러), 독일(83.26달러), 프랑스(81.81달러), 영국(72.38달러), 일본(51.02달러)을 밑돌았다.

OECD 회원국 평균(61.69달러)보다도 17.3%나 낮은 수준이다.[※참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국가의 GDP를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노동자 한 명이 한 시간 동안 생산한 가치를 의미한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거다.

이는 우리가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2004년 '주 5일제' 도입 당시 경영계의 반응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세계적인 추세였지만 경영계는 극렬히 반대했다.

5개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합동으로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는다"는 문구를 담은 신문광고를 내보냈을 정도다. "근무 일수가 줄어들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2017년)' 보고서를 보자.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주 5일제를 도입한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근로시간은 2.9% 감소한 반면 노동생산성은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비효율적인 수준으로 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 논쟁➌ 무형의 가치들 = 장시간 근로가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행복' '건강' '가족' '육아'와 같은 무형의 가치들을 놓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따져보자는 거다.

이재명·김문수 대선후보는 서로 다른 방식의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놨다.[사진｜뉴시스]

'오래 일하는' 한국 국민의 삶의 질 만족도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인 건 단적인 예다. 2021~2023년 기준 한국의 삶의 질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06점에 그쳤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로 꼴찌 수준이다. 당연히 OECD 평균치(6.69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인지 직장인 대다수는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가 '주 4일제 도입 필요성(2025년)'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8.1%가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도입 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묻는 질문에 '평소 부족한 잠·휴식에 할애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이 31.8%에 달했다. 이어 '평소 못한 운동·레저 취미생활을 할 것이다(18.7%)' '가족·육아 등 돌봄에 활용할 것이다(11.5%)' 등의 순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김문수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은 우려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 근로시간의 '단축'이 아닌 '유연화'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문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규제혁신처를 신설하고 주 52시간 제도를 완화한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고 있다. 물론 이준석 후보의 지적대로 '디테일'이 없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도 한계가 있다. 과연 우리는 주 4.5일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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