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보조 로봇 ‘윔S’ 사용해보니

‘1인 1로봇’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집 안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며 집사 역할을 하고, 걸음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 등산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로봇 연구원 출신들이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최근 출시한 웨어러블(입는) 로봇 ‘윔S’를 체험해봤다. 허리에 ‘입고’ 걸으면 로봇이 걸음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위로보틱스는 “보행 능력이 저하된 시니어층과 험한 곳을 오래 걸어야 하는 군인, 소방관 등이 이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지게꾼’으로 알려진 강기준씨가 지난달 웨어러블 로봇 윔S를 허리에 차고 북한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강씨는 “하산할 때 발목 부상 위험이 큰데 로봇이 다리를 잡아줘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스튜디오광화문·위로보틱스, 그래픽=양인성

◇로봇 입고 북한산 등산해 보니

윔S는 모터를 이용해 하체 움직임을 도와주는 주행 보조 로봇이다. 착용한 느낌은 ‘힙쌕’을 찬 것 같았다. 1년 전에 나온 전작 윔과 전체 무게는 동일하지만 이번 신작은 본체 무게가 200g가량 더 가볍다. 그래서 허리에 쏠리는 느낌이 전혀 없이 착 밀착되는 느낌이 들었다.

제조사인 위로보틱스는 “전작을 이용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많은 점을 개선했다”고 했다. 본체 무게도 줄였고, 로봇이 움직일 때 나는 소음도 10데시벨가량 줄여 로봇을 입고 다닐 때 거슬리던 점이 개선됐다.

30대 중반인 기자는 윔S를 착용하고 북한산에 올랐다. 20년간 40kg 짐을 등에 메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북한산 지게꾼’으로 유명한 강기준씨도 함께 로봇을 입고 산행에 나섰다. 북한산 구기분소에서 문수사까지 해발 700m 높이를 왕복하는 2시간 30분 코스였다. 강씨는 “매주 20kg가 넘는 생필품을 지게에 실어 문수사로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로봇을 입고 산에 오르니 보폭에 맞춰 다리를 잡아 끌어주고, 밀어주는 느낌이 났다. 동작 반응 속도는 0.2초에 불과하다. 착용자가 다리를 뻗으려 하면 이를 로봇이 0.2초 만에 인지해 다리 뻗기를 도와주는 것이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로봇이 내 다리를 좀 더 잡아당겨줘 힘을 절감시켜주고, 내리막 때는 살짝 잡아주면서 몸이 확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줬다. 강씨는 “등산할 때는 확실히 몸이 가볍고, 하산할 때는 발목 부상을 막아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윔S에는 4가지 동작 모드가 있다. 에어 모드(보행 보조), 등산 모드(오르막 내리막 보조), 아쿠아모드(운동 보조), 케어 모드 등이다. 등산 모드는 오르막과 내리막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전작과 달리 따로 변경하지 않아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변환해 줬다.

에어모드는 평지 보행 시 이용한다. 제조사는 “착용자의 대사에너지를 약 20% 절감하며, 20kg 배낭을 멘 상태에서 평지 보행 시 대사에너지를 약 14% 감소시켜주는 모드”라고 설명했다.

아쿠아모드는 반대로 힘을 들여 하체 운동을 하기 위한 모드다. 마치 물에서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식이다. 케어모드는 보행 속도가 느리고 보폭이 좁은 고령층과 보행 약자를 위한 기능이었다. 실제로 위로보틱스에서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테스트를 해보니 고관절 근력이 운동 전보다 22% 개선됐고, 무릎 근력과 발목 근력은 각각 16.1%, 29.5%씩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운동 도와주는 앱 기능도

로봇과 연동된 스마트폰 앱도 업그레이드돼 편리했다. 앱은 착용 후 감지된 보행 속도, 민첩성, 근력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보행 능력을 분석해줬다. 이를 통해 근력, 균형, 자세 개선을 위한 맞춤형 보행 지표도 제공했다. 특히 이번 신작의 경우 ‘셀프 트레이닝’이 가능한 운동 프로그램 ‘윔 업(WIM UP)’이 앱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어 사용자의 운동 목표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어 편리했다.

다만 가격은 아쉽다. 윔S의 가격은 279만원이다. 전작보다 40만원가량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또한 주행 보조 로봇 특성상, 무거운 짐을 들 때 힘을 보태주거나 스쿼트 운동을 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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