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이 6일 미국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4858억원)에 인수한다. 하만이 인수하는 오디오 사업부에는 바워스앤드윌킨스(B&W),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 세계적 오디오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하이엔드(최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해 음향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자동차 오디오 사업까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약 8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9년 만에 액수가 가장 큰 인수·합병(M&A) 건이다.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오디오 시장 고급화 전략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로 확보하는 사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최고급 브랜드들이다. 가전·전장 등에서 가격과 기술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브랜드와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B&W는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브랜드다. B&W의 스피커 노틸러스는 국내에서 대당 1억5000만원에 팔릴 정도로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이다. 럭비공처럼 생긴 유선형 디자인으로 유명한 무선 스피커 제플린(약 88만원)도 인기를 끈다. 하만이 폭넓은 가격대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대중적인 브랜드라면, B&W는 고급 소비 시장에 특화된 브랜드에 가깝다.

데논과 마란츠도 모두 오디오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다. 데논은 일본의 첫 음향 기기 회사로 방송·전문가용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했다. 프리미엄 앰프·리시버 제품군에서 고품질 음향으로 잘 알려진 마란츠도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디오 브랜드 인수로 M&A 시동을 건 것은 글로벌 오디오 시장의 성장성이 클뿐 아니라, 최고급 소비층을 공략할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반 소비자용 오디오 시장 규모가 올해 608억달러에서 2029년 700억달러로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하만카돈, JBL, AKG 등 대중 브랜드와 이번에 인수한 최고급 브랜드를 합쳐 종합 오디오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또 BMW의 고급 차종인 7시리즈와 협업을 했던 B&W를 확보하면서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쓸 수 있게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오디오는 특히 최상층 소비자들의 기호가 중요한 제품”이라며 “최상급 오디오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가전과 모바일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삼성, M&A 큰손으로 돌아오나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오랜만에 빅딜을 재개하면서 대규모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9년 만에 대형 M&A가 하만을 통해 이뤄진 것도 의미가 있다”며 “하만의 인수가 최근 성과를 내면서 M&A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하만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후 이뤄진 첫 대형 M&A로 주목받았다. 하만은 인수 첫해인 2017년 영업이익이 574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 영업이익은 1조1700억원으로,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24년에도 연간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했고, 올 1분기 영업이익(30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하면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대비 3배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하만의 위상이 커지면서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를 추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와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AI), 소니오(의료 AI) 등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해왔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주가치 제고 및 미래 성장을 위한 M&A는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M&A 시장의 큰손으로 다시 등장한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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