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 등 메이저 시스템 선정산 제공
결제기한 단축 규제하면 마이너 플랫폼 고사
서비스 유형 다양, 하나의 법테두리 포함 불가능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규제는 가장 약자에게 피해를 줄 것입니다. 반시장적 규제의 부작용은 정책당국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효익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정산기간 단축을 법으로 강제한다면 국내 유통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가 FKI타워에서 개최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아름 기자)
유 교수는 “이미 네이버와 쿠팡 등 메이저 시스템들은 선정산을 통해 효익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20일 결제기한 단축 규제는 마이너 플랫폼들에게 사업 지속이 불가한 구조로 매이저 플랫폼만 남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지 티메프 사태 때문에, 특정기업이 경영을 잘못한 것을 제도적 잘못이나 구조적 잘못으로 오해하고 잘하고 있는 마이너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규제”라며 “영세 소상공인들이 과당경쟁 속 차별화 되지 않은 물품으로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어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정부는 이커머스의 판매대금 정산기한을 구매 확정 후 20일 이내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정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기존 정산 방식을 유지 해야하는 약체 플랫폼이나 성장을 모색하고 싶은 스타트업 플랫폼들은 셀러들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혁신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라며 “정산기일은 거래관계 특수성과 리스크 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 해야한다.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일률적으로 정산기한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여행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상품을 수령하는데는 수주에서 수개월 시차가 발생한다. 주문제작, 해외배송 플랫폼들도 마찬가지 문제들이 있다”라며 “플랫폼 서비스의 유형과 형태는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고 저마다 정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고려해서 하나의 법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정산기한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결제,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규모가 큰 기업은 대응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들이나 중소플랫폼에게는 심각한 유동성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의 구조적 재무위험과 납품대금 정산 지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위험탐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 최소자본금·유동자산 보유 요건 등의 손실흡수장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라며 “플랫폼의 거래 규모와 위험도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계하는 위험 기반 규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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