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무빈 인터뷰
2023년 카이스트 박사과정 4인 공동 창업
'무빈 트레이싱' 선봬…글로벌 기술 경쟁력 충분
올 여름 글로벌 프로모션 전개, 제품 고도화 예정
최별이 무빈 대표. 네이버 제공
무빈 트레이싱 제품. 무빈 제공
제품 설치 이후 컴퓨터와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모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무빈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이면서 텍스트 기반의 상호작용으로 시작한 생성형 AI는 이미지와 영상까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눈부신 혁신을 이끈 것은 데이터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AI 인프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한 것도 중요했지만 AI를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최근 AI 모델의 성장과 함께 산업군과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한 국내 스타트업 무빈은 다가올 다음 세대의 AI를 내다보고 있다.
무빈이 바라보는 '넥스트'는 3D AI이다. AI가 몇 년 만에 1D인 텍스트에서 2D인 이미지와 영상으로 발전했으며 5~6년 전부터 리서치 업계에서 3D 데이터 모션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3D AI는 일반적으로 3차원 공간에서 동작하는 AI나 3D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을 일컫는다. 이 기술의 카테고리는 가령 텍스트만 입력해도 사실적인 영상을 생성하는 오픈AI 혹은 구글의 모델부터 콘텐츠 산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스트리머까지 광범위하다. 이 중 무빈이 영위하는 사업은 후자에 속한다.
◇"메타에 견줄 기술력 갖췄다"=무빈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학생 4명이 2023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3D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반 기술인 '모션캡처'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메타, 네이버제트, 에스오에스랩(SOSLAB)에서 경험을 쌓은 창업자들은 카이스트에서 수년 동안 연구를 해 온 업계 전문가들이다.
무빈은 AI 기반 실시간 마커리스 모션캡처인 '무빈 트레이싱'을 출시했다. 무빈 트레이싱은 탑재된 라이더 센서를 통해 공간 정보를 왜곡 없이 확보하며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복잡한 후처리 작업 없이도 사람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특히 별도의 마커나 센서 없이도 관절과 뼈 구조, 각도 등을 정밀하게 캡처할 수 있다.
무빈 트레이싱의 장점은 고품질의 데이터를 제품 하나만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사들은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할 모션캡처를 하기 위해 넓은 부지와 수십대의 카메라를 구매해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전용 스튜디오에서만 모션캡처를 해야 한다는 시간적·공간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무빈 트레이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탑재했다. 컴퓨터에 연결하면 제품이 실시간 수집하는 각종 모션 데이터를 컴퓨터에 곧바로 전송한다. 또한 제품에 탑재된 라이다 한 대만으로도 사람의 움직임 데이터를 인식률 95%로 확보한다. 비용은 저렴한데 기술적인 면에서는 고가의 스튜디오와 경쟁할만 하다는 것이다.
최별이 무빈 최고경영자(CEO) 공동창업자는 디지털타임스 인터뷰에서 "무빈 트레이싱은 삼각대 위에 30~40㎝ 정도 세워놓는 기기"라며 "기기 안에 AI 모델이 돌아가는 GPU가 탑재돼 있으며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자체 리소스를 사용해 실내외 어디서든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CEO는 "무빈 트레이싱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론칭해 11월부터 한국에서 배송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기준 20여개 제품이 판매됐다"며 "해외의 경우 50여개 정도 사전판매(프리오더)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모션캡처 대중화 꿈꾼다=무빈은 올 여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최근 인기를 끄는 버추얼 콘텐츠 영역에서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 CEO는 "버추얼 콘텐츠의 경우 고객 수가 다른 곳 대비 적어보이겠지만, 실질 구매를 따져봤을 때 가장 고객이 많은 시장"이라며 "이와 관련된 곳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면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빈은 모션캡처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장비의 가격을 낮춰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제품을 보급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버추얼 방송인들이 보다 저렴하게 방송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집에서도 야구·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로 무빈은 지난해 스크린 골프 솔루션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회사는 실시간으로 스윙 포즈를 분석하는데 무빈 제품을 사용 중이다.
최 CEO는 "기존의 모션캡처 장비는 수억원 규모로 비싼데 무빈의 제품 단가는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 단가를 메타의 '메타퀘스트', 애플의 '비전프로'와 유사한 수준으로 더 낮춰서 누구나 쉽게 집에서 간편하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장치이자 도구로 자리잡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VR과 AI까지=무빈은 올해 '무빈 트레이싱'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증강·가상·혼합현실(AR·VR·XR) 등 콘텐츠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 되도록 기능을 개선하고 가격은 낮출 계획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 비즈니스를 올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확장한다. 로보틱스, 게임 등 분야로 무빈 트레이싱을 통해 획득한 고품질의 3D 모션 데이터를 판매할 계획이다.
무빈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션 분야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최 CEO는 "제품 중심으로 회사를 소개해 오고 있지만, 무빈은 본래 3D 모션 AI 스타트업"이라며 "기술력은 메타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고 특히 라이다 기반의 3D 데이터를 AI에 활용한 경우로는 전 세계에서 저희가 가장 최신 기술"고 말했다. "학회에 꾸준히 논문을 내고 있는데 무빈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연구자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동행 시너지=무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키다리 아저씨인 '네이버' 덕분이다. 무빈은 예비창업단계였던 2023년 7월 네이버의 캠퍼스 기술창업 공모전에 참가해 기술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네이버 1784 사옥에 입주했으며 같은 해 12월 법인 설립 이후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인 네이버 D2SF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네이버 사옥에서 일하고 있으며 올해 프리A 후속 투자도 받았다.
네이버 D2SF는 네이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기술·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무빈은 네이버의 신사업인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관계가 깊다.
최 CEO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방송인이 많아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버추얼 방송을 해야하느냐'이다"라며 "캐릭터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버추얼 방송을 위한 장비들이 비싸기 때문인데 무빈은 버추얼 스트리머에게 저렴한 제품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치지직의 성장을 지원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치지직은 플랫폼 내에서 방송하는 버추얼 스트리머의 캐릭터를 3D로 변환하고 데뷔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자체 스튜디오인 '모션스테이지'에서만 사용 가능한데 무빈의 제품을 이용하면 치지직 버추얼 스트리머 누구나 3D 버전의 캐릭터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치지직이 최근 버추얼 영역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치지직과 무빈의 협력은 '윈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 CEO는 최근 '포브스 아시아 30세 미만 리더 30인'의 AI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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