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보안 아닌 '국방'
SK, 정보보호혁신위 구성
"위약금 면제는 이사회 검토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해킹 사태에 관한 브리핑에서 허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유심 해킹 사태에 관한 브리핑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살피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해킹 사태 파악 19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 보안 문제가 아닌 '국방' 문제로 생각하고 안보가 '생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브리핑에 참석해 "최근 SKT의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며 "SK그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SKT의 유심 일부 정보 해킹 사태 이후 최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SKT를 넘어 SK그룹의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SKT 측은 네트워크 인프라뿐 아니라 SK하이닉스의 반도체도 중요한 국가 전략 물자인 만큼 이번 사태를 단순 기업의 정보 유출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셨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 마음 졸이신 불편이 크셨다"며 "사고 이후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최 회장은 이번 SKT 해킹 사태를 '기업 보안'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정보기술(IT) 보안은 IT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되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는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 상황을 지혜롭게 짜고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운 게 중요하다"며 "보안 문제를 넘어 안보이고 생명이라는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보안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보안 시스템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혁신위원회는 내·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SK수펙스추구위원회 산하에 구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소비자와 정치권의 위약금 면제 요구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T 이사회 멤버가 아닌 만큼 제 생각이 어떠한가는 중요해 보이지는 않다"며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서 SKT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고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T는 6일 오후 6시 기준 2411만명 이용자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유심 누적 교체는 107만 건이다.사태 이후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사용자는 모두 24만8069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최 회장은 자신 또한 유심 교체 대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언급하며 유심보호서비스 안전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는 12일에는 '유심포맷' 기술, 14일에는 유심보호서비스의 해외 로밍 사용 등이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다. 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리점 신규 가입 중지는 유심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제할 예정이다.
한편 최 회장은 8일로 예정된 국회 과방위 SKT 유심 해킹 사태 청문회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유영상 SKT 대표가 최 회장을 대신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위약금 면제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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