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령 근로자 계속고용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
‘퇴직후 재고용’ 대신 ‘법정 정년연장’을 주장해온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속고용위원회에서의 논의를 끝내 거부한 탓이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대신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조기대선 후보들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법정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다음날 계속고용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노사정 합의문이 아닌 공익위원들의 권고안이 발표된다. 권고안에는 ‘법정정년은 현행(60세)을 유지하되, 정년 이후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에 대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은 강제력은 없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 27일 노동계·경영계·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계속고용위원회를 출범, 현행 법정정년인 60세를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해왔다.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은 작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했다. 지난달 내부 논의를 거쳐 경사노위 복귀를 결정했지만, 계속고용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경사노위 합의가 불발되자 계속고용 논의는 대선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일 노동정책 발표문에서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단절은 생계의 절벽”이라며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체계를 바꾼 후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는 법안을 오는 11월까지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다만 이처럼 계속고용 문제를 대선발 ‘표(票)퓰리즘’ 방식으로 해결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베이비붐 세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하는 여야 공약이 등장, 이듬해 4월 입법화됐다. 2016년 60세 정년이 시행됐지만 청년 일자리 감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2024년 정년 연장 대상인 55~59세 근로자가 약 8만 명 증가하는 동안 23~27세 청년 근로자는 11만명 감소했다.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채용은 0.4~1.5명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출산율과 혼인율도 가파르게 감소했다.
2024년 기준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21.8% 뿐이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3%가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고, 300인 미만 사업체 중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는 21.0%에 그친다. 정년 논의는 결국 이미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정년연장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1년 차 60세 정규직 근로자의 추가 고용 비용은 3조1000억원(4대 보험료 등 간접비 포함)이다. 도입 5년 차에는 30조2000억원까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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