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을 제103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 남자 일반부 단체전 우승으로 이끈 일본인 선수 후네미즈 하야토.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낮은 자세로 폭발적인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대한 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 국내 최고 역사 제103회 동아일보기 우승
- 일본인 선수 후네미즈 홀로 2승 견인
- 문경시청에 지난해 결승에 당한 패배 설욕
- 재능기부, 꿈나무 원포인트 클리닉 추진해야
수원시청이 국내 최고 역사를 지닌 제103회 동아일보 전국 소프트테니스(정구)대회에서 3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수원시청은 6일 경북 문경 국제정구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문경시청을 3시간 넘는 접전 끝에 3-2로 눌렀습니다. 이로써 수원시청은 지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털어내며 2022년 이후 대회 통산 두 번째 타이틀을 품에 안았습니다.
수원시청이 ‘2전 3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인 후네미즈 햐야토(28)의 맹활약 덕분입니다. 지난해 연말 일본을 떠나 수원에 둥지를 튼 후네미즈는 결승에서 첫 번째 복식과 첫 번째 단식에서 모두 이기며 홀로 2승을 챙겨 수원시청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사진> 수원시청 임교성 감독이 제103회 동아일보기 대회 우승 후 헹가래를 받으며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대한 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후네미즈는 일본 소프트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 출신으로 10년 넘게 일본 대표로 활약했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혈투를 벌여 패했던 수원시청 김진웅과는 이제 한솥밥을 먹고 있습니다.
후네미즈는 2015년 일본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만 18세 113일)로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2019년 요넥스와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소프트테니스 1호 프로 선수’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과거에도 동아일보기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적이 있는데 당시 국내 초중고교 선수들이 후네미즈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후네미즈는 지난해 안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해 남자 단체전 우승을 거들기도 했습니다.
<사진> 초등학교 4학년 때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한 후네미즈 하야토. 동아일보 캡처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 생활체육 대축전에 출전한 일본 소프트테니스 동호인들은 필자에게 후네미즈의 근황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거물 스포츠 스타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책을 살펴보면 백제 도공들이 고대 일본 도자기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후네미즈가 백제 도공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임교성 감독은 “후네미즈는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일본의 선진 소프트테니스 훈련 방법도 몸에 잘 배어있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인선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장(연세아이미스템의원 원장)은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인 후네미즈가 한일 양국의 활발한 기술 교환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후네미즈는 “지난 연말 수원시청에 입단한 뒤 일본에도 없는 100년 넘는 전통을 지닌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기분이 최고다. 더욱 열심히 해서 다음 대회에서 또 우승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진> 수원시청 일본인 선수 후네미즈 하야토. 요넥스 인스타그램
서구에서 도입한 테니스를 변형한 소프트테니스를 창안한 일본은 그 종주국답게 세계 정상급 국제 경기력을 갖췄습니다. 초중고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도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에서 원탑에 올랐던 후네미즈는 일본과 다른 한국의 소프트테니스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수원시청에 입단하게 됐습니다. 일본 실업 운동부는 오전에는 근무하고 오후에 운동하는 반면 한국 실업 운동부는 프로 선수처럼 근무 없이 운동만 할 수 있습니다. 후네미즈는 이런 한국의 치열한 환경에서 자신의 소프트테니스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생활 경험이 있는 임교성 감독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후네미즈는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과 한국어로 대화할 정도로 뛰어난 어학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한창 기본기를 익혀야 할 한국의 주니어 선수에게 후네미즈 만한 족집게 강사도 없어 보입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후네미즈를 꿈나무 재능기부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주니어 대표팀 원포인트 클리닉 등을 개최한다면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수원시청(시장 이재준)의 통 큰 배려와 대한 소프트테니스협회의 의지가 선행돼야겠지만요.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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